[사설]사스 방역체계가 불안하다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9분


‘괴질’이라고 불렸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비행기 통과여객으로 우리나라를 거쳐 갔음을 밝힌 것은 국가정보원이었다. 3일 국정원이 알려줄 때까지 보건복지부나 보건원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지금까지 보건당국에서 가동해 왔다는 ‘철저한 방역체계’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의아하다.

게다가 이 대만인 감염자가 잠복기 아닌 발병상태에서 인천공항에 들렀다 갔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대만언론에 보도된 지 48시간이 지난 뒤였다. 보건당국은 우리에게 사스를 옮겼을지도 모르는 감염자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추적 조사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그들은 책임 있는 당국으로서의 기본적 업무를 등한시한 채 국민에게만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해왔다. 이제는 국민이 보건당국의 불안한 방역체계를 크게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홍콩 중국 등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자가 늘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여러 곳에서 열리기로 계획된 국제 체육대회에 수백명의 동남아 국가 선수들이 출전키로 되어 있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종 바이러스 질환들을 당장 예측 차단 치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공공의 안녕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쉬쉬하며 감추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제적 협력을 구했다면 이 지경이 안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이 교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스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점이 분명한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입국자 방역 대책이어야 한다. 특히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데도 설문답변서를 받는 데 그쳤던 과거의 입국자들이 걱정스럽다. 입국자는 물론 통과여객까지 잠복기간 동안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를 확보하고, 감염자는 조기 발견해 격리 치료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조체제를 서둘러 갖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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