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 권준욱(權埈郁) 방역과장은 7일 “지금까지의 사스 의심사례 19건 중 7건이 3∼5일에 집중 신고됐으며 신고내용도 이전에 비해 훨씬 사스 증세에 접근해 있다”며 “금주에 첫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원은 지난주에 사스 위험지역의 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 대거 입국한 것도 환자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
이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5일부터 국립보건원의 검역직원이 파견돼 정밀 진찰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입국자보다는 기존 입국자들 가운데서 발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검역소와 보건원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 등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어 그만큼 사스 환자의 입국 확률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검역이 허술했던 시기에 입국한 사람들이나 이들과 접촉한 국내 거주자들에게서 사스가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보건원은 1일 이후 위험지역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6일부터 전화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일선 보건소와 병·의원 등에도 사스가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즉각 보고하도록 하는 등 방역체제를 바짝 조이고 있다.
한편 보건원은 최근 행정자치부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들이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등 사스 위험지역으로 출장 가는 것과 위험지역 출신 거주인들이 참석하는 학회와 세미나 등의 국내모임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건원은 이와 함께 환승 여행객들 중 자국에 돌아가 사스 증상을 보이는 현황을 조기에 입수해 대처하기 위해 외교통상부를 통해 위험지역 대사관 등에 신속한 보고체제를 갖춰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사스 이럴때 의심하라▼
사스는 초기 증상이 독감이나 감기와 비슷해 식별이 쉽지 않다. 사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질까. 국립보건원 등 방역당국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판정기준을 적용해 사스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WHO는 사스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2단계로 나눠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의심환자(Suspect Case). 증상을 보이기 14일 이내에 사스 위험지역을 여행했거나 사스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사람 중 38도 이상의 열이 나거나 기침 등을 하는 경우이다. 증상만 보면 독감과 사실상 같다.
WHO는 사스 위험지역으로 중국 광둥(廣東)성과 산시(陝西)성,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캐나다 토론토 등을 꼽고 있다.
또 사스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범위는 △환자와 같이 거주하거나 △환자를 돌본 간병인과 의료인 △환자의 체액, 분비물에 닿은 경우이다.
두 번째는 추정환자(Probable Case)로 사스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의심환자이면서 흉부 방사선 소견에서 폐렴을 보이거나 호흡곤란증후군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해당한다.
또 사망한 뒤 조직검사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증후군을 보이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폐렴 증상은 의심환자 단계에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스 진성환자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서울 모병원에 입원 중인 의심환자의 경우 7일 X선 촬영 결과 폐가 깨끗한 것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원 권준욱(權埈郁) 방역과장은 “국내에서 신고된 19건과 일본의 22건은 모두 폐렴 증세를 보이지 않아 의심환자로 판정됐다”며 “WHO도 의심환자는 사스 환자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