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라크 역시 “미군이 자살공격 등으로 물러났는데도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 바그다드 공방전은 전황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대통령궁 공격〓하루 전까지만 해도 미군은 단계적으로 바그다드 시가지를 장악해 나가거나 이라크 지휘부에 균열이 생길 때까지 봉쇄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군은 이날 ‘핵심 전력으로 적의 핵심을 직접 정밀 타격하는’ 럼즈펠드식 전술을 채택했다.
이날 미군의 선봉은 미 제3보병사단 2여단. 에이브럼스 탱크 70여대와 브래들리 장갑차 50여대로 중무장한 2여단 병력은 동이 터 오기 시작하는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11시) 바그다드 서쪽에서 8번 도로를 타고 티그리스강 방면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공중 엄호는 ‘탱크 천적’인 A10기가 맡았다. 이라크 민병대는 전날처럼 총유탄과 대전차로켓 등으로 대항했지만 두꺼운 철갑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군 선봉대가 티그리스 강변에 자리잡은 대통령궁 본궁과 정부청사 건물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경. 미군은 대통령궁 수비대의 핵심 거점인 특수공화국 수비대의 화약고를 파괴한 뒤 큰 저항 없이 후세인 대통령 집무실(대통령궁 본궁)과 알 시주드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강 동쪽으로부터 이라크군의 기관총 사격이 이어졌지만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압도적인 미군의 화력에 밀려 티그리스강 강둑을 타고 도주하거나 강으로 뛰어드는 이라크 병사들이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미군이 대통령궁을 장악한 수시간 후 이라크 정권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인 알 라시드 호텔 주변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라크 저격병들이 알 라시드 호텔 객실 창문에서 미군 병사들을 향해 총을 쐈고, 미군 탱크는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50구경 기관총 등을 퍼부었다.
▽미군, ‘바그다드 공략은 식은 죽 먹기’〓미군의 이날 공격은 5, 6일 화력시범의 수준을 뛰어넘어 ‘바그다드를 언제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그동안의 공언을 실행에 옮긴 것이란 평가. 선봉대 지휘관인 데이비드 퍼킨스 대령은 작전 직전 병사들에게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라”고 명령했다.
2여단 병력에 이어 미 1해병대 병력도 티그리스강 동쪽 지역으로 북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는 미군에 포위된 형국. 그러나 미군이 장악했다고 선언했던 이라크 공보부의 모하메드 알 사하프 장관은 이날 오전 팔레스타인 호텔 옥상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군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AFP 등 외신도 대통령궁 본궁을 제외한 정부 청사들은 아직 이라크군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 전황이 반드시 미군 주장대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느슨한 포위망〓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미군의 바그다드 포위망이 완성되려면 1, 2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간선도로는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이라크군이 새나갈 ‘구멍’까지 완전히 틀어막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
현재 바그다드 공세의 주력은 2만명으로 편성된 3사단이다. 이 정도 병력으로 500만명이 거주했던 바그다드를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군은 병력이 증원될 때까지 위력시범과 핵심 공공건물 공격 등을 병행하며 이라크 지도부를 와해시키는 심리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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