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펀드 바우포스트그룹, 제약株 집중매수 까닭은…

  • 입력 2003년 4월 7일 19시 05분


《‘단순 투자목적이냐, 인수합병(M&A)의 포석이냐.’ 미국계 투자펀드인 바우포스트그룹이 국내 제약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자 숨은 뜻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국내 제약업종의 주가가 수익성에 비해 낮은 데다 인구 구성의 노령화에 따른 약품 수요 급증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SK㈜와 같은 외국인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왜, 얼마나 사들였나〓금융당국에 신고한 지분변동 공시에 따르면 바우포스트그룹은 7일 현재 환인제약(7.56%) 현대약품(6.52%) 삼일제약(8.09%) 삼아약품(5.02%) 등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올 들어 현대약품과 삼아약품의 지분을 전량 사들였고 환인제약과 삼일제약의 지분도 각각 1.21%포인트, 2.35%포인트 늘렸다.

공시가 △5%의 지분을 새로 취득하거나 △5% 이상의 주요 주주가 1% 이상의 지분을 사거나 팔았을 경우에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바우포스트그룹이 보유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제약주도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제약주 매수를 ‘한국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의약품 내수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주가는 지나치게 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황호성 애널리스트는 “제약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 평균을 밑돈다”며 “여기다 노령화로 국내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삼일제약과 현대약품의 PER는 2, 3배에 머물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다. 동원증권 김지현 애널리스트는 “각종 리베이트가 줄면서 의약분업 이전에 8∼9%였던 경상이익률이 올해는 17∼18%(시가총액 상위 6개사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순 투자냐, M&A의 포석이냐〓익명을 요구한 투신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은 매력적인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유통망 때문에 고전한다”며 “제약업종도 외국인이 유통망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표적 업종”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우포스트그룹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환인제약(22%) 현대약품(32%) 삼일제약(29%) 등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이 낮아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인수보다는 위탁생산이 더 경제적이며 △의약분업 이후 외국계 제약회사들의 유통망 이용이 보다 수월해졌고 △여러 회사의 지분을 5∼10%씩 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투자의 목적으로 보는 게 맞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우포스트의 제약주 매입현황 (단위:%, %p)
구분일자지분
환인제약2002.4.295.12
2003.2.176.33(+1.21)
2003.3.317.56(+1.23)
현대약품2003.2.55.16
2003.3.126.52(+1.36)
삼일제약2002.2.55.62
2003.2.56.83(+1.21)
2003.3.58.09(+1.26)
삼아약품2003.2.55.02
지분변경 공시 참조. 공시 대상은 5% 이상 지분을 새로 획득하거나 5% 이상 주주가 1% 이상 지분을 사들인 경우. 자료:증권거래소, 코스닥등록시장 공시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