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전쟁명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라

  • 입력 2003년 4월 8일 19시 13분


‘후세인만 찾을 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도 찾아내야 하는데….’

미국이 생화학무기를 찾아내려는 이유는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테러집단에 제공한다는 의혹이 전쟁의 당초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카르발라 인근의 군사시설에서 의심스러운 물질이 발견돼 예비 조사를 벌인 결과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독성 화학성분이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는 이날 미군이 바그다드 인근 지역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장착한 20기의 중거리 미사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군은 방독면과 해독제를 찾아냈다며 이를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가진 증거로 제시했으나 별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미국은 개전과 동시에 무기추적팀을 이라크에 파견해 놓고 있다. 육군 소속 제75조사 태스크포스에는 민간인 과학자도 배속돼 있다. 이동연구실을 갖춰 발견 즉시 샘플 테스트가 가능하다. 공기 샘플 분석 등을 통해 60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을 검출해낸다. 또 전쟁 발발 수개월 전 미 국방부는 2000명가량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반을 동원해 △무기 의심물질 1차 테스트 △샘플을 이라크 외부에서 정밀 테스트 △결과 발표 및 공식화 △현장에서 무기 제거 순서로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8일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고 그것이 ‘진짜’임을 전 세계에 확신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뚜렷이 내세울 증거가 없는 상태. 이라크는 이번 전쟁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은데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조차 화학물질 발견 소식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면서 “처음 보도가 나중에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생화학무기의 존재 여부를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확증하는 절차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견해가 다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엔 사찰단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지난주 “사찰단만이 이라크의 무기를 검증할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조직”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유엔이 이라크 사찰에 다시 나서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사찰단의 활동이 더뎌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전달될 시간만 벌어준다는 주장이다. 유엔이 전쟁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불쾌한 심기도 잠복해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이라크에 몰래 심어 놓는다는 소문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누구도 유엔으로 되돌아가자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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