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함락 참담”국내거주 이라크인들 終戰임박엔 안도

  • 입력 2003년 4월 10일 18시 30분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하면서 이라크 종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에 거주하는 이라크인과 이슬람교도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난다면 무고한 인명이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고, 식량이나 식수, 약품 등 부족했던 물자가 공급되면서 이라크인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곧 알게 될 가족들 소식 중에 나쁜 소식이 끼어 있을까봐 불안해하고 있으며, 조국이 전쟁의 포화로 상처를 입게 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매일 정오만 되면 가족이 있는 바그다드 인근 바빌론시로 전화 연결을 시도하는 하이델 모하메드(초당대 사회체육학과 4년·26)는 “부모님이 살아 계시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나면 약이라도 빨리 공급해 무고한 생명이 억울하게 죽어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이 끝나 안도가 되면서도 조국이 미국에 의해 무너져 가고 있어 참담하다”고 전했다.

바그다드에 언니와 오빠, 남동생 등 20여명의 가족을 두고 있는 모나 카이디 모하메드 알리(49·여·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강사)는 “아직까지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매일 속을 태우고 있다”며 “전쟁이 곧 끝난다고 하지만 미국과 이라크 주변국들이 또다시 마찰을 일으켜 전쟁이 또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 중앙이슬람성원 주변은 종전 임박 소식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점심 예배를 위해 이날 중앙이슬람성원을 찾은 이슬람교도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표정이 가신 듯했다.

예배를 마치고 밝은 얼굴로 귀가하던 파키스탄인 나제르 한(42)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전쟁의 끝이 다가와 다행”이라며 “이라크가 하루빨리 평화로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주화(李周和·40) 교육국장은 “종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슬람교도들은 안도하면서도 이라크에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무사하길 간절히 기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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