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반체제단체 속속 귀국 주도권 쟁탈전

  • 입력 2003년 4월 10일 18시 30분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군사적 승리는 일단 끝났다. 그러나 새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정치적 승리’와, 망가진 이라크 경제를 정상화하는 ‘경제적 승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쟁 뒤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도정부 구성 난항▼

▽반체제 세력 난립=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은 앞으로 정국 개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속 이라크로 들어가고 있다. 과도정부 수반 후보로 가장 유력한 아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은 9일 남부 나시리야에서 대중연설을 갖는 등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50여개에 이르는 이라크 반체제 조직은 정치적 견해와 선호 체제에 따라 친미와 반미 노선으로 대립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전했다.

친미 세력 중에도 INC, 이라크국민합의(INA), 입헌군주운동(CMM)은 반미 성향의 이라크민주독립회의(IID)와 함께 민족·왕당파 조직. 쿠르드민주당(KDP·친이라크 성향)과 쿠르드애국동맹(PUK·친이란 성향)은 같은 쿠르드 민족이면서도 오랜 항쟁을 거듭해 왔다. 터키는 이라크투르크멘전선(ITF)을, 이란은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를 지원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복잡한 사정은 이라크 탄생 과정에서 비롯됐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영국이 현재의 이라크 바그다드(중부) 모술(북부) 바스라(남부)의 3개 지역을 통합 통치하면서 민족과 종교가 다른 이들 지역간의 내부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쿠르드족 독립 여부 논란=쿠르드족 민병대가 10일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를 점령하고 주변의 유전지대를 장악하자 터키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키르쿠크에 군사 감시단을 파견 중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이라크 북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산유지를 장악, 독립을 요구하고 나서면 자국 거주 쿠르드족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을 우려, 키르쿠크와 모술이 쿠르드족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군사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미영 연합군이 쿠르드 민병대로부터 키르쿠크를 넘겨받은 뒤 쿠드르 민병대를 키르쿠크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굴 장관은 덧붙였다.

미국은 쿠르드족이 전쟁 공로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 때문에 내심 고민하고 있다.

▽쿠르드족 독립 여부 논란=쿠르드족의 키르쿠크 장악이 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의 독립 문제가 본격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군과 함께 키르쿠크로 진격하고 있는 쿠르드군은 “늦어도 11일까지 장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를 장악하게 될 경우 독립국가 달성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달성하는 만큼 키르쿠크 및 모술 진격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미국은 주변국 긴장을 우려하면서도 쿠르드족이 전쟁 공로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독립보다 새로운 이라크에서 자치에 만족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 우려를 무마하고 있다.

▼갈 길 먼 경제 복구▼

▽이라크 경제 기초통계 전무=이라크 경제 복원에 기초자료가 될 각종 통계가 전무해 복구계획 설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9일 보도했다.

바그다드 시내 지도는 1973년판이 가장 최신이고, 이라크 예산은 1978년을 마지막으로 알려진 게 없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라크 국내총생산(GDP)은 590억달러지만, 미 에너지부 자료로는 290억달러다. 임금 수준이나 물가, 대외부채 규모도 들쑥날쑥한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숨겨 놓은 재산(60억∼300억달러 추정)을 재건 비용에 보태겠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국제금융기관, 지원 난색=미국은 10일 열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합동회의에서 이라크 전후 복구 참여를 정식 요청할 계획.

미국은 또 12, 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7개국(G7·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서 복구 자금을 모금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제금융기관들은 참여를 꺼리고 있다. 유엔의 전후 복구 참여에 대한 주요 회원국인 유럽과 미국의 의견차 때문.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는 7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 요구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전후 복구시장 선점 경쟁=세계 각국은 인도적 지원을 앞세워 전후 복구시장 선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라크에 최고 1억달러를 긴급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10일 미 정부의 이라크 재건인도지원국에 정부 관료 5명을 파견해 과도정부 구성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도 9일 자국 정유·석유사의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를 발표했다. 그리스는 9일 “이라크 재건은 미국과 영국의 특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