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바그다드 3주만에 '폭격없는 밤'

  • 입력 2003년 4월 10일 18시 31분


개전 이후 매일 밤하늘을 가르는 미사일 소리에 떨어야 했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3주 만에 처음으로 ‘조용한 밤’을 보내고 10일 아침을 맞았다. 시민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전복에 기뻐하면서도 가늠하기 어려운 이라크의 앞날에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민병대들의 저항은 그치지 않아 시내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산발적인 저항 계속=미군은 이날 바그다드를 ‘완전히 점령한 지역’ 리스트에 추가했지만 바그다드 시내에서 총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라크 및 아랍 민병대 일부 병력은 이날 일출 전 어둠 속에서 시내 곳곳의 건물과 차량 속, 혹은 교량 아래서 미군을 향해 총격을 퍼붓고 달아났다. 미 해병대원 1명이 이날 바그다드 남동쪽에서 이라크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

외신들은 “이라크군이 조직적인 지휘체계는 상실한 것 같지만 여전히 십수명씩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성전’을 위해 시리아 등 해외에서 몰려든 4000여명의 이슬람 지원병들의 저항이 격렬하다고 미군측은 보고 있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지도부가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슬람 사원들과 소문이 무성했던 비밀 지하터널, 지하 벙커 등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불안한 치안=바그다드 시민들의 약탈행위는 이날도 계속됐다. 주민들은 바그다드 시내 독일 대사관과 프랑스 문화센터를 비롯해 정부 청사와 공공건물에 차량과 손수레 등을 댄 뒤 기물을 부수고 약탈을 감행했다.

미 해병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 우다이를 포함해 타리크 아지즈 부통령, 후세인 대통령의 딸 할라흐 등 고위층의 호화 빌라를 전부 약탈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시민들의 약탈로 인해 9층짜리 교통부 청사와 이라크 올림픽위원회 본부가 불에 타는 등 공공건물이 파손됐다.

BBC 방송 등은 “미군이 순찰을 돌고 있지만 아직 바그다드의 권력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들은 밤새 문을 걸어 잠그고 잠을 못 이루는 등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한 교사인 알리 술레이만은 “이제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 누가 우리를 통치하는 것이냐”며 혼란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시내 중심가에서 구급차가 미군의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군은 이 구급차가 이라크군의 무기를 수송하는 줄 알았다는 것.

국제적십자측은 바그다드 폭격 이후 실종됐던 캐나다인 적십자 요원이 8일 숨진 채 발견되자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권력 공백기’의 혼란 상태가 지속되면 긴급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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