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도=레비 교수께서 사용하는 ‘집단지성’이란 독특한 개념을 먼저 설명해 주십시오.
▽피에르 레비=집단지성의 핵심은 디지털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인간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웹, e메일) 정보를 기억하고(데이터베이스) 지각하며(웹-캠, 전화) 상상한다(시뮬레이션)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을 하며 집단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집단지성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인간은 언어를 가지면서 다른 군집 동물들에 비해 집단지성의 도약을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연계가 이루어질수록 문화적 삶은 더 풍요로워집니다.
언어적 문화적 형식들의 생산능력이 진화한다는 것은 유기체적 진화에 이어 두 번째 단계의 진화를 하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사이버문화에서는 문화적 기호들이 보편적인 이진법 코드로 만들어져 소통되고 결합됩니다. 어떤 기호가 인터넷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전 세계 모든 곳에 모든 기호와 더불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제 언어는 사이버문화 속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비약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김=지식의 생산에서 인터넷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레비=인터넷의 최초의 사용자는 과학공동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 공동체는 인터넷처럼 민족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습니다. 이들은 전자 우편을 통해 동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전자포럼과 가상공동체를 통해 학회와 학술지를 운영합니다. 인터넷과 과학공동체의 가장 유사한 특성은 바로 그랜드 하이퍼텍스트(grand hypertext)입니다. 학술논문은 단지 텍스트일 뿐만 아니라 관련 문헌 또는 컨텍스트를 지시해 주는 포인터 역할을 합니다. 이런 포인터들은 바로 그랜드 하이퍼텍스트의 방식으로 정보를 연결시킵니다.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한 유럽 핵물리학연구소(CERN)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학자가 집결된 연구소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지구상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생각의 속도로 모든 관찰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인쇄술이 교회의 사제와 학자들의 실천을 변형시켰듯이 인터넷은 연구자들의 공동체와 연구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사이버스페이스에서 지식의 본질은 어떻게 변하리라고 보십니까.
▽레비=사이버스페이스의 단계에서는 그 이전의 미디어 전체가 재창조되고 기록되고 상호 연계됩니다. 언어는 이제 자율적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는 망으로 연결된 컴퓨터의 세계에서 스스로 행동하고 다른 프로그램들과 상호작용하며 기호들의 조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일종의 ‘문자’입니다. 컴퓨터바이러스는 바로 이런 특성을 잘 드러내는 하나의 ‘문자’입니다. 사이버문화는 기존의 학술 분야에서 만들어진 고정적이고 축적적인 지식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김=새로운 정보 테크놀로지 및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인지(認知)적 기능을 어떻게 변화시킨다고 생각하십니까.
▽레비=집단적 지성은 인간의 주요 인지적 기능들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고 기술적으로 변형시킵니다. 디지털 매체에 기초한 지적 테크놀로지들은 단지 개인적 지능을 높일 뿐 아니라 회사나 조직체와 같은 모든 유형의 가상공동체를 향상시킵니다.
또한 집단적 지성은 지식의 생산 과정에서 적극적 협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컴퓨터들의 상호 연결을 통해 전 세계로 열려진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인 사이버공간은 대규모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공통의 ‘기억’을 활성화시킵니다. 하나의 문제가 나타나면 수많은 개인적 지성 또는 집단적 지성들이 접근해 해결책을 찾고 찾아진 해결책들은 여러 사람에 의해서 비교되고 사용됩니다. 이 같은 기능의 작동방식은 과학공동체의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현재 소프트웨어 로그램의 영역에서 특히 장려되고 있는데 차츰 다른 영역에서도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정리=김형찬기자 khc@donga.com
대담자=김성도 교수 고려대·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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