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에덴동산', 천국은 어디가고…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전설적인 인류의 지상낙원 ‘에덴동산’이 이라크에서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성서학자들에 의해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이 위치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바스라 북쪽의 알쿠르나 마을 인근 지역.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이곳은 그동안 외부세계에는 잘 공개되지 않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점령군에 의해 드러난 모습은 ‘지상 최대 낙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황폐했다. 동물의 배설물과 깨진 포장용 돌멩이가 널려져 있고 총탄 자국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80년대 이란과의 8년 전쟁 후 수년간 이란측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호막으로 여겨져 무수한 포화에 노출된 데다 ‘동산’ 아래쪽은 이후 도시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로 오염돼 버렸기 때문.

91년 걸프전 직후에는 바스라 주민들이 미영 연합군을 지지하면서 민중봉기를 일으킨 데 대한 보복으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지역 습지의 물을 고갈시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영어교사인 카셈 칼리프는 “우리는 한때 이곳을 지구상의 조그만 천국으로 믿었으며 모든 세대가 이곳이 진정한 에덴동산이라 배웠다”며 “그러나 지금 이곳은 무참히 파괴돼 존경심이나 인간성, 사랑, 그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탄했다.또 한번의 전쟁이 끝나가는 지금 이곳에 진주한 영국군은 ‘에덴동산’에 대해 “군복이나 무기가 있을 곳이 아니다”며 역사적 유적지에 대한 보존 의사를 밝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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