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은 중합효소면역반응(PCR)으로 불리는 유전자 비교, 분석검사 결과 사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자가 국내에서 3명 나타났으나 사스환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확대해 중국을 다녀온 뒤 고열과 기침, 근육통 등의 증세를 보이거나 PCR 양성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 일단 의심환자로 간주해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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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환자 현주소=국립보건원은 지난달 17일 이후 사스로 의심돼 지금까지 신고된 29명을 조사한 결과 4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4명은 모두 중국 광둥(廣東)성이나 베이징(北京)을 다녀왔거나 의심환자와 가깝게 접촉한 사’람들이다.
남자 어린이(3)와 최근 진성환자로 의심됐던 여성 L씨(27)는 각각 광둥성과 베이징에 장기 체류했고 남성 1명(36) 역시 광둥성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 1명(39)은 L씨를 병원으로 옮긴 인천공항 검역관이었다.
보건원은 의심환자 4명 중 절반과 신고된 29명 중 10명(34.5%)이 30대로 홍콩의 사례와 아주 비슷하고 서울지역 거주자가 11명(37.9%)이라고 분석했다.
보건원은 “3세 어린이에 이어 39세 여성이 18일 퇴원하고 L씨와 36세 남자도 19, 20일 안에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전자검사 양성 나와=보건원이 신고된 29명 중 WHO의 의심환자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18명을 뺀 11명에 대해 PCR 검사를 한 결과 3명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들 3명은 의심환자인 39세 여성과 36세 남성, 그리고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20대 남자라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정작 진성환자로 의심됐던 L씨는 음성반응을 보였다.
보건원 김문식(金文湜) 원장은 “사스 원인체에 대한 PCR 검사법은 독일에서 개발된 지 1주일밖에 안 돼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고 분석하는 유전자 수도 제한돼 양성 반응이라는 결과만으로 사스에 감염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국 질병관리청(CDC)도 PCR 양성 반응 결과를 판단기준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PCR 검사는 대상자 가검물의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사스 원인체와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해 일치하면 양성, 어긋나면 음성으로 판정한다. 보건원은 최근 독일로부터 사스의 PCR 진단키트를 들여와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헷갈리는 진단법=최근 WHO가 사스 원인체를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지목했지만 사스에 걸렸는지를 즉각 알려주는 확실한 진단법은 아직 없다. 보건원은 PCR 기법이 신뢰도와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양성반응자 3명에 대해 바이러스 배양과 항체검사를 추가 실시해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검사결과는 10일후쯤 나올예정이다.
홍콩의 경우 추정환자 50명에 대해 바이러스 배양 검사를 실시했지만 2명에게서만 사스 원인체가 나왔다는 것.
WHO는 위험지역을 다녀왔거나 사스 환자와 접촉한 뒤 고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면 의심환자로, 이중 흉부 X선 촬영 결과 폐렴이 나타나면 추정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종류 3개… 감기증상 보여
지금까지 개나 고양이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Ⅰ군과 쥐 소 인간에게 병을 유발하는 Ⅱ군, 조류에 병을 발생시키는 Ⅲ군 등 3그룹이 있다. 아직 사람과 동물을 옮아가는 형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Ⅰ군의 코로나 OC43, Ⅱ군의 코로나 229E 등 두 종류로 이들은 보통 5일 정도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다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사스와 관련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이 두 종류 바이러스의 새로운 형태인지, 아니면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아가는 새로운 종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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