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방송 등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에서 베이징 회담과 관련, “이 회담에서 중국측은 장소국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을 하게 되며 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본질적 문제들은 조-미(북-미) 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이라크전쟁은 전쟁을 막고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선 오직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이미 선포한 바와 같이 지난해 12월부터 핵활동을 재개한 데 따라, 그리고 3월 초에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중간통보 해준 바대로 이제는 8000여개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이 실제로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선 지난해 12월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있었던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을 수조에서 꺼내 이를 재처리한 뒤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단계를 밟아야 하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아직까지는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해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관련 첩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회담 예정을 1주일 앞두고 이같이 발표한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며 “이는 예정된 3자회담 성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이날 중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북한의 발표는 모든 것을 혼란과 의심 속에 던져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한의 발표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회담에서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 두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AFP 통신은 또 다른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폐연료봉 재처리에 관한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다음주 베이징 회담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베이징 회담과 관련, “미국이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의도를 확인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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