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라크 어린이들]"팔잃은 알리는 평범한 편"

  • 입력 2003년 4월 20일 18시 56분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두 팔을 잃고 온 몸에 중화상을 입은 12세 소년 알리 이스마엘 아바스. 그는 이라크 어린이 피해의 상징이 됐다.

폭격 당시 부모 등 가족을 모두 잃은 알리는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여러분이 내 팔을 되찾아 줄 수 있느냐. 나는 커서 군 장교가 되고 싶었지만 희망은 사라졌다”고 절규했다.

다행히도 세계에서 답지하는 지원 덕분에 소년은 쿠웨이트에서 생체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상하고도 의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보다는 그나마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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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병원은 알리처럼 영문도 모른 채 팔다리를 잃고 온몸이 불에 탄 끔찍한 부상을 한 어린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의사나 자원봉사자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약품이나 제대로 된 의료장비가 없어 단순 치료나 응급처치만 할 뿐 큰 수술은 엄두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알리도 이 때문에 쿠웨이트로 공수됐다.

이라크 병원의 한 자원봉사자는 “알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부상자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실려 오는 수많은 아이들이 대부분 중상자”라고 증언했다. 더구나 병원 약탈까지 잇따라 상황이 어떻게 악화될지 알 수 없다.

영국 BBC방송을 통해 이 같은 참상이 보도되자 영국 국립의료원(NHS) 산하 병원들은 현지 치료가 어려운 어린이들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부상하지 않았더라도 밤마다 날카로운 공습 사이렌에 시달린 어린이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은 크다. 불안에 시달린 어린이들은 악몽, 식욕부진, 신경과민, 복통과 두통, 집중력 부족, 설사와 야뇨증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는 이라크 어린이 50만명 이상이 정신적 상처를 입어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어린이들이 전쟁 관련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정신이상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니세프는 또 식수 부족으로 더러운 물을 마신 어린이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에서 용케 살아난 어린이들도 대부분 현재 갈 곳이 없어 대낮에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많은 학교가 폭격에 피해를 보았거나 약탈을 당해 언제 문을 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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