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첫 창작극 공연 김상수씨 "한국연극 참모습 전하려"

  • 입력 2003년 4월 20일 18시 58분


“굳이 일본인 배우와 일본어 공연을 고집한 것은 일본인에게 한국 현대극의 참 모습을 보여 주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16일부터 4일간 도쿄(東京)에서 직접 대본과 연출을 맡은 창작극 ‘섬(島)’을 상연한 김상수(金相秀·44·사진)씨는 현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직 할 일이 태산’이란 표정이었다.

일본인 배우와 스태프를 동원해 일본어로 도쿄에서 한국 창작극을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는 70여일간 일본에 머물며 캐스팅, 스태프 교섭, 번역 등을 하나하나 챙겨야 했다.

“그간 일본에 소개된 한국 예술문화는 대부분 민속공연 위주인 데다 자막을 사용하는 바람에 솔직히 일본인 속으로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절된 사회를 상징하는 섬에 갇힌 한 여성의 심리를 4명의 배우가 연출하는 현대극으로 난해한 내용이었지만 일본 언론매체와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 6회 공연 모두 객석이 꽉 찼다.

아키히토(明仁) 천황 부부도 17일 한 모임에서 만난 김종문(金鍾文) 한국문화원장에게 이 연극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천황 부부는 초연을 보고 온 외동딸 노리노미야(紀宮) 공주에게서 “정말 작품이 좋았고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 공연은 일본 외무성의 국제교류기금과 한국문화원 공동 개최.

“당분간 연극 관련 활동은 쉬고 TV 프로그램을 제작해볼 생각입니다.”

영화와 연극 대본, 사회평론, 사진, 설치미술 등 각종 장르에서 활약하며 천재성을 발휘해온 그이지만 이번 공연으로 고생이 컸던 모양이다. 그는 96년 영화 ‘학생부군신위’의 각본으로 대종상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직접 작곡한 이번 공연의 주제곡도 관객의 호평을 받았는데 소니엔터테인먼트가 음반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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