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아돌레미(50·바그다드대 정치대학 교수)=미국의 침공은 동진(東進) 전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다. 이라크 정부와 협상이 안되자 화학무기가 있다고 억지를 쓰며 침공한 것이다. 이라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란 러시아까지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긴 역사를 통해 이라크는 외국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 주둔이 길어지면 우리는 싸울 것이다. 과거 영국도 1916년부터 이라크를 영구히 지배하려다 인명피해만 내고 1932년 물러갔다. 미군은 떠나야 한다.
▽파리스 알 에이사(65·변호사)=미국은 유엔의 권위를 무너뜨리면서 중동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정체된 경제를 촉진할 필요가 있던 차에 자국산 제품의 판로도 확보했다.
▽하산 알 오베이디(28·회계사)=친미(親美) 성향의 이라크인들이 차기 정부 대표 물망에 오르는 것을 보면 미국은 이라크를 거대한 기업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이란 주주가 이라크 주식회사의 경영을 지배하기 위해 미국인들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격이다.
▽파리스=미국이 오래 주둔하려 한다면 과거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모하메드=하지만 이라크는 지금 치안이 불안하고 각종 서비스가 형편없기 때문에 미군이 최우선적으로 이런 부분에 손대야 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침공해 파괴했다. 미국이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1개월 안에 떠나야 한다.
▽하산=약탈이 줄어들고 생활이 평화로워지면 이라크는 곧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미군이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
▽모하메드=이라크인들은 후세인 체제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미국더러 군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미국이 도둑질하러 이라크에 들어온 것이다. 미국 경제의 부활을 위해 이라크가 희생양이 됐다.
▽하산=미국 경제에서 군수산업의 비중은 엄청나다. 이 기업들이 계속 돌아가야 미 경제가 살아난다. 이라크전쟁은 이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이라크의 경제를 망가뜨려가며 미국을 살리는 셈이다.
▽모하메드=이라크인들은 역사적으로 사분오열된 적이 많았다. 지금도 이슬람 시아-수니파간, 이슬람과 기독교도간, 쿠르드족과 이라크인간 갈등이 내재돼 있다.신정부는 이 같은 모든 정파를 망라해 구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신정부에 참여할 수 있고 정파간 인구비례에 따라 새로운 의회와 정부가 구성돼야 한다.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이라크인이어야 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투철한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의혹도 없어야 한다. 아흐메드 찰라비나 기타 거명되는 지도자감들이 이 같은 기준에 합당한지 모르겠다.
▽파리스=이라크 사람들은 중동국가 중 교육을 잘 받은 축에 속한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깊이는 세계적이다. 또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후세인이 일단 축출된 이상 이라크 민주주의 정착에 큰 위협은 없을 것이다.
▽하산=아랍국들은 과거에도 하나였다. 서로 도울 수밖에 없다. 서방에서는 이란과 이라크를 이간질하려 하는데 매년 백만명 이상의 이란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이 이라크 내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나 나자프에 오질 않는가. 이라크로서는 방문객들이 뿌리고 가는 여비만 해도 대단한 수입이다. 이란은 종교적으로 역사적으로 경험을 공유한 나라다. 터키 쿠웨이트 등 다른 아랍 형제국과도 경제적 교류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아랍권은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
▽파리스=미국이 이라크 지도자 55명을 전범으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뚜렷한 명분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남의 나라 지도자를 전쟁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가. 미국이 정 전범처리를 하고 싶다면 1990년 쿠웨이트를 강제로 병합한 범죄를 재단할 수 있을 뿐이다.
정리=박래정 바그다드 특파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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