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등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입국자를 막으려는 당국과 검역을 무사(?) 통과하려는 입국자들간에 승강이가 벌어지는 일이 적지않다.
검역당국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고열을 감추기 위해 해열제를 복용한 입국자들. 홍콩 등에서는 체온검사를 통해 고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 아예 출국하는 것을 봉쇄하고 중국도 체온검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사스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은 공항 격납고 같은 곳에서 6시간 정도 대기시켜 해열제 약효가 떨어지고 난 뒤 다시 체온검사를 해 고열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국자 본인은 해열제를 먹어 정상체온을 '위장'하고 있지만 고열 증상 등을 전해들은 부모들이 검역소에 미리 연락해 검진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중국 등에 있는 자녀가 열이 있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검역소에 '제보'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중국 현지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부모들의 제보는 결정적인 단서"라고 전했다.
특히 어머니의 제보로 엑스(X)선 촬영까지 받은 한 유학생은 사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정을 받고 "며칠 뒤에 함께 지내던 학교친구들 6명이 한꺼번에 입국하는데요"라고 자백(?)해 검역당국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했다.
검역당국이 항공사와 여행사 등에 열이 있거나 기침 등의 증세를 보이는 탑승객을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하라고 공문을 보낸 뒤에는 항공사 등이 승객들을 설문조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려내고 있다.
최근에는 사스 위험지역이 아닌 파리를 출발해 인천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한 항공사가 열이 있는 승객에게 진단서를 요구하고 열이 떨어질 때까지 48시간 대기시킨 뒤 탑승시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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