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일본 주오(中央)대 상학부 상업무역학과 3학년으로 지난달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주영길씨(21·사진).
명절이나 월드컵 때 고향방문단으로 총련계 동포들이 한국을 찾긴 했지만 개인자격으로 국내 대학에 다니는 것은 주씨가 처음이다.
“중학교 3학년 때 한 달가량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만난 한국인에게서 평소 제가 알던 한국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꼭 한번 한국에 와 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주씨는 일부러 총련계 대학이 아닌 주오대에 입학했고 교환학생 자격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한국 유학의 꿈을 이루게 됐다는 것.
“유치원 때 제 이름이 일본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 존재에 대한 고민에 빠졌어요. 일본과 한국 국적이 아닌 저처럼 ‘조선적(籍)’을 가진 재일교포 3세들은 늘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처럼 외부의 작은 일에도 쉽게 자극을 받지요.”한국에 오기 전 주일본 한국영사관에 ‘유학 목적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때문인지 주씨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몹시 조심스러워 했다.
“총련계 학교에서는 한국을 남조선으로 부르고 쓸 때는 꼭 ‘한국’으로 인용부호를 붙입니다. 한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학교의 이런 이중적인 행태에 회의가 들곤 했습니다."
동아시아 경제전문가로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인 주씨는 외국 유학을 계획 중이지만 일본에서 총련계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 고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씨는 “앞으로 공부를 계속해 전 세계를 누비는 경제인이 된 뒤 꼭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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