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카시 前의원 주도 비밀 청문회 기록 공개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03분


1950년대 초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매카시즘’의 장본인인 조지프 매카시 전 미 상원의원(1908∼1957·사진)의 비밀 청문회 기록이 5일 공개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매카시 의원은 “미 정부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침투해 체제 전복을 노린다”고 주장하면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일종의 ‘마녀사냥’을 주도했다. 5000쪽에 달하는 기록에는 매카시 의원이 1953∼1954년 상원 행정운영위 소속 상설 조사위원회를 이끌며 500여명을 소환해 161회에 걸쳐 심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 중엔 ‘빌리 더 키드’를 작곡한 애런 커플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랭스턴 휴스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공산주의와 관련이 없음을 주장한다.

공개된 문서를 연구한 학자들은 “당시 비밀 청문회가 적절하게 변호하는 증인들은 걸러내고 나중에 대중 앞에 세울 심약하고 당황해서 쩔쩔매는 증인들을 골라내는 데 이용됐다”고 분석했다.

문서에서는 특별한 개인적 목적도 없이 점점 자신이 세운 음모이론에 빠져들어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매카시 의원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의 몰락이 시작된 순간도 묘사돼 있다. 그는 54년 2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랠프 즈위거 장군에게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군의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며 심하게 몰아친다. 도를 지나친 매카시의 이 심문이 대중에 알려졌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분노했던 것.

이번 공개 작업을 지휘한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이 기록이 미국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일반에 공개돼 미래 세대에 경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