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입국 80대 미국인 사스 추정환자 판정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27분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80대 필리핀계 미국 남성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로 분류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 환자의 국가별 분류를 발견된 장소에 따른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있어 한국의 사스 추정환자는 2명으로 늘어났다.

국립보건원은 필리핀 마닐라를 출발해 11일 오후 5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미국인을 국립인천검역소가 정밀조사한 결과 흉부 X선 필름에서 폐렴증세가 나타나 추정환자로 판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환자는 마닐라 등에서 15일간 머문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던 길이었으며 비행기 탑승 전인 10일 필리핀에서부터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였고 인천공항 검역 때 39.4도의 고열을 기록했다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건원은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110명 중 승무원 11명과 환자 주변의 5명(외국인 3명 포함)을 자택 격리시켰고 나머지 입국자 94명에 대해서는 자택 격리를 권고하는 외에 이상증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보건원측은 “현재 이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증세도 심한 편은 아니다”라며 “다만 고령이기 때문에 상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필리핀 고향방문단에 참여해 필리핀을 여행했으며 미국을 떠날 때부터 폐렴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건원은 필리핀 방역당국이 마닐라공항에서 출국자들에 대한 체온검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환자가 이용한 국내 모 항공사측은 “항공사가 자체 체온검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환자가 탑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리핀 관광청 한국사무소측은 “필리핀 정부는 출국자들에 대해 체온검사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방역당국이 WHO와 달리 필리핀을 사스 관련 여행자제지역에 포함시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측에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WHO는 필리핀을 사스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아직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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