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 환자의 국가별 분류를 발견된 장소에 따른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있어 한국의 사스 추정환자는 2명으로 늘어났다.
국립보건원은 필리핀 마닐라를 출발해 11일 오후 5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미국인을 국립인천검역소가 정밀조사한 결과 흉부 X선 필름에서 폐렴증세가 나타나 추정환자로 판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환자는 마닐라 등에서 15일간 머문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던 길이었으며 비행기 탑승 전인 10일 필리핀에서부터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였고 인천공항 검역 때 39.4도의 고열을 기록했다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건원은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110명 중 승무원 11명과 환자 주변의 5명(외국인 3명 포함)을 자택 격리시켰고 나머지 입국자 94명에 대해서는 자택 격리를 권고하는 외에 이상증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보건원측은 “현재 이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증세도 심한 편은 아니다”라며 “다만 고령이기 때문에 상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필리핀 고향방문단에 참여해 필리핀을 여행했으며 미국을 떠날 때부터 폐렴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건원은 필리핀 방역당국이 마닐라공항에서 출국자들에 대한 체온검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환자가 이용한 국내 모 항공사측은 “항공사가 자체 체온검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환자가 탑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리핀 관광청 한국사무소측은 “필리핀 정부는 출국자들에 대해 체온검사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방역당국이 WHO와 달리 필리핀을 사스 관련 여행자제지역에 포함시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측에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WHO는 필리핀을 사스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아직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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