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리소나銀에 公자금 20조원 투입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57분


일본 은행 랭킹 5위(자산기준)의 대형 은행인 리소나은행이 경영 악화로 자본부족 상태에 빠져 일본 경제계가 또다시 금융위기설로 술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7일 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주재로 사상 첫 금융위기대책회의를 열어 리소나은행이 소속된 리소나홀딩스 그룹에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리소나은행의 경영파탄은 현 정권이 추진해 온 구조개혁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재선 가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소나은행의 ‘항복 선언’=리소나홀딩스 그룹은 3월 말 결산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최저기준인 4% 아래로 떨어지자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작년 9월까지도 7%선을 유지하던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한 것은 △주가 하락에 따른 보유주식 평가손 확대 △장기불황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은행 자본실사의 엄격화 등이 맞물렸기 때문. 그룹측은 이런 요인이 겹치면서 당초 흑자를 점쳤던 리소나은행의 단기손익이 1조엔 이상의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공적자금 투입은 일본이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던 199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며 투입 규모는 단일 은행 기준으로 사상 최대.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UFJ 등 대형 은행들은 1년 전 10%를 웃돌던 자기자본비율이 올 들어 경영환경 악화로 크게 떨어져 리소나의 비극을 ‘남의 일’로 여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이즈미 재선에 치명타=고이즈미 총리는 집권 후 일관되게 ‘구조개혁 없이 경기회복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고통스럽더라도 부실채권 처리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긴축정책에 따른 기업 도산의 증가가 결과적으로 리소나의 파탄을 몰고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현 정권의 구조개혁론은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올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하려면 경제운용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7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다쿠쇼쿠은행 등의 잇단 파산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전례를 거론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운명도 금융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