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북쪽 남태평양 해상의 면적 약 20km², 인구 1만2000여명의 작은 섬나라인 나우루는 바티칸공국을 빼면 세계 최소국. 국력으로 치면 최약소국이다.
비료 재료인 인산염이 풍부해 93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90년대 초부터 인산염을 탐내는 외국 투자회사들에게 채굴권을 대거 뺏긴 데다 이젠 그마저 거의 고갈돼 지난해 1인당 소득은 50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나우루는 경제난을 해결하려고 90년대 중반부터 외국 투자자들이 나우루의 은행에 비밀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세우기 쉽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또한 미국의 전직 검사가 세운 트랜스퍼시픽 디벨롭먼트(TPD)사와 손잡고 97년부터 누구든 ‘돈만 내면’ 여권을 발급해왔다. 여권 신청자가 홍콩 등 곳곳에 지사를 둔 TPD측에 약 1만5000달러를 내면 나우루는 4500달러를 TPD측에 주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식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결과 나우루에 살지도 않는 이들에게 1000여개의 여권이 검증 없이 발급됐으며 이는 테러범들에게 위장 시민권을 발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태생의 시모니얀이라는 남자는 지난해 나우루 여권을 획득한 후 중국 항저우에서 활동하다가 미국인에게 테러를 가한 후 체포됐다.
이 같은 일들이 터져 나오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모든 미국 은행들의 나우루와의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는 경제 제재 경고령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경고는 앞으로 수주 후 실제 발동되며 이럴 경우 대(對)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애국자 법(Patriot Act)’ 중 최강수가 가해지는 셈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3월 나우루의 베르나르드 도위요고 당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 같은 경제 제재를 막고자 워싱턴을 비밀리에 방문했다가 도착 후 지병으로 숨졌다. 이후 나마둑 나우루 재무장관이 제도 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정적들이 ‘정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덧붙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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