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과 불황의 경제주기와 같은 테러주기설을 발표해 ‘9·11’ 테러 1년 전 대형 테러 발생 가능성을 예고했던 계량경제학자 월터 엔더스 앨라배마대 교수와 토드 샌들러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9일 테러리즘에 적용한 두 사람의 게임이론을 소개했다. 다음은 요약 내용.
▼관련기사▼ |
게임이론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이론 ‘내시 균형’에서 시작됐다. 내시 균형은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잘 표현된다.
물증 없이 체포된 강도 공범 두 사람이 분리심문을 받는다. 한 사람만 자백하면 이 사람은 면죄부를 받지만 자백 안 한 사람은 12년형을 받는다. 두 사람 다 자백하면 7년형,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 무죄다. 결과는? 둘 다 자백하게 돼 있다. 서로 상대방이 자백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둘 다 침묵하면 처벌 안 받을 수 있는데도 처벌받게 되는 것을 두고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테러도 마찬가지. A와 B라는 국가가 있다고 치자. A가 테러경계를 강화하면 경계가 허술한 B가 테러를 당한다. B는 그걸 알기 때문에 테러경계를 강화한다. 그래서 둘 다 경계를 강화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A나 B 중 어차피 경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를 치게 돼 있다. 이때 최상의 결과는 A나 B 모두 테러경계를 하지 않는 것. 하지만 현실은 A와 B 모두 테러 경비에 막대한 비용을 쏟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더 안전해진다고는 보기 어렵다.
일례로 1973년 미 공항에 금속탐지기가 도입되자 항공기 납치 건수는 한 해 70건에서 16건으로 격감했다. 하지만 전체 테러 건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육상 인질사건은 한 해 20건에서 48건, 저격사건은 20건에서 36건으로 늘어났다. 76년 해외의 미 대사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자 대사관 공격은 한 해 28건에서 20건으로 줄었지만 대사관 밖에서 미군과 미 외교관에 대한 공격은 20건에서 53건으로 늘어났다.
게임이론은 게임 참여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래서 테러리스트들을 게임의 참여자로 간주하는 데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제한된 자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이성적으로’ 판단해 테러의 시기와 종류, 장소를 정하고 있다. 이런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가장 위험한 태도는 테러에 맞서 싸우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 무임승차하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발생한 테러가 바로 그 경우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테러에 대한 수비적 태도보다는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캠프와 무기고,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게임이론에서 중시되는 테러대책과 테러 건수의 상관관계 | ||
73년 미 공항금속탐지기설치 | 긍정적효과 | 한 해 항공기 납치 건수 70건에서 16건으로 격감 |
부정적효과 | 한 해 육상 인질사건은 20건에서 48건, 저격사건은 20건에서 36건으로 급증 | |
76년 미 대사관 경비 강화 | 긍정적효과 | 한 해 미 대사관에 대한 테러 28건에서 20건으로 감소 |
부정적효과 | 한 해 대사관 밖 미군과 미 외교관에 대한 테러 20건에서 53건으로 급증 |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