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군의 전력지수가 북한군의 64∼78%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남북한이 보유중인 무기와 병력의 양적 질적 수준을 비교 분석한 수치다. 전차의 경우 종류와 생산연도, 수명주기 등을 감안해 대당 가중치를 산출한 뒤 여기에 보유대수를 곱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2000년 당시 남한의 전력은 최대로 잡아 북한의 78% 수준으로 평가됐다.”
―2003년 현재 남북한의 전력지수는….
“최근 3년간 남한의 재래식 전력이 다소 보강됐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과 대량살상무기를 감안하면 약 5% 정도 상승해 북한의 83%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에 따라 국방부는 첨단무기를 대량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군의 자주국방을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의 한미 연합전력은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야포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야포로 생화학탄을 사용할 경우 남측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은 단 200t의 화학무기로 수십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의 야포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일부에선 한국군 전력의 질적 우세를 들어 독자적인 방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무기체계의 수준이나 훈련량을 감안할 때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북한이 생화학 공격까지 감행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가령 한국군이 대전지역까지 밀리겠지만 방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인명 피해가 난다면 ‘독자 방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압도적인 대북 전력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주한미군 2사단의 재배치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치, 경제, 안보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할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핵 사태와 상관없이 주한미군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답변에 앞서 이렇게 반문해 보겠다. 한국은 북핵 사태에서도 최근 군 복무기간을 단축했다. 이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은 퍼즐(puzzle) 같은 나라’라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주한미군의 주둔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혼 장병들에게 한국은 가장 기피하는 근무지로 꼽힌다. 미국은 또 다수의 미 지상군을 해외에 단기간 순환 배치하는 것보다 첨단무기를 잘 다루는 소수의 정예 병력을 한 지역에 최소 2∼3년, 길게는 5년씩 배치하길 희망한다. 주한미군의 재편도 이런 맥락이라고 본다.”
―수년 안에 주한미군이 대규모 감축될 가능성이 있나.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더 이상 주한미군이 한국에 고정되길 원치 않는다. 주독미군이나 주일미군은 언제든지 다른 지역에서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주한미군은 반세기 동안 한국의 방어에만 매달려왔다. 미국은 주한미군도 ‘유연성’을 갖길 원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주한미군 역할의 상당 부분을 한국군이 맡아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한국은 첨단무기 도입 등을 통해 국방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미 2사단의 ‘인계철선’(trip wire·북한의 대남 공격시 미군의 자동개입 유도) 역할에 대해 미국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도 한 TV 인터뷰에서 ‘인계철선은 파산한(bankrupt)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과연 그런가.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곧 인계철선이라고 본다. 북한군의 전력을 감안할 때 미 2사단이 한강 이남이 아니라 더 후방으로 이전해도 유사시 북한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미 2사단을 최전선에 배치해야만 인계철선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미 2사단의 감축 및 재배치가 실현될 경우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은….
“주한미군은 크게 미 2사단과 같은 전투 병력과 유사시 후속 증원전력의 전개를 돕는 지원병력으로 구분된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 2사단의 고정 배치를 희망한다. 그러나 미 2사단은 유사시 한국에 파병되는 증원전력과 비교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 2사단의 현상 유지를 고수하기보다 후속 증원전력을 원활하게 투입할 수 있게 돕는 쪽으로 주한미군을 재편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 증원전력의 자동개입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막대한 증원전력이 파병되려면 의회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 미국은 자동개입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강 이남의 오산 미 공군기지를 공격하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군이 남한 어디에 주둔하든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미국의 자동개입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생화학전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관련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북한은 총 2500∼5000t의 생화학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80년대 초부터 생화학무기와 이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과 야포를 집중 개발했다. 현재 북한이 보유중인 수천문의 야포 중 10∼20%가 화학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실전에 사용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어느 누구도 단언하기 힘들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미국이 이라크전처럼 북한 지휘부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려 할 경우 북한이 개전 초기에 핵무기를 남한의 밀집지역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핵 위협이 증대되면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94년 북핵 위기 때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분명히 실현 가능한 전략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끝까지 핵 무장을 고집할 경우 미국은 정밀 선제타격(surgical & preemptive strike)과 같은 군사적 조치에 나설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도 반격에 나설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남측도 막대한 피해를 보겠지만 결국 마지막 패배자는 북한 지휘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북한 지휘부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제재를 배제하지 않는 것도 북한 지휘부가 섣불리 반격에 나서 자멸을 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브루스 베넷 박사 약력▼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 53세 △미 캘리포니아공대 졸업
△미 랜드연구소 정책분석학 박사
△랜드연구소 책임연구원(대량살상무기 및 비대칭 전략 담당)
△한미연합사령부 화생방전략 자문위원
△‘한반도 화생방전 대응 전략’ 등 한국관련 논문 여러편 발표
▼랜드(RAND)연구소▼
미국의 싱크탱크(두뇌집단)의 하나로 1948년 설립됐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와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문 연구인력만 600명이나 된다. 일부에선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을 지나치게 우선한다는 비판도 하지만 연구결과의 권위와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한미군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논문도 다수 발표했다.
▼러포트 주한미사령관 "한미연합군 전력 北보다 우위▼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19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연합군이 처음부터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이날 미국 NBC TV의 ‘투데이’ 프로에 출연해 “(한반도의) 전쟁 초기 단계에서는 증원군이 올 때까지 한미연합군이 불리할 것이라는 보도를 많이 봤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우세할 것”이라며 “한국군은 매우 유능한 병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은 약 70만명의 현역 병력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좋은 장비를 갖고 있고 잘 훈련돼 있으며 훌륭한 지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포트 사령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주한미군 병력 재조정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계속해서 한국군과 미군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조사에서 이슬람 국가가 아닌 나라 중 한국이 미국을 싫어하는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 이유를 묻자 “한국에서 미군이 점령군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미군 주둔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동북아 안정에 있어서 미군의 중요한 역할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권순택 워싱턴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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