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슬립은 새 스타 발굴이 뜸한 2000년대 현악계, 특히 음반계에서 드물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성. 그는 두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 네 살 때 런던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졌다. 다섯 살 때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인 예후디 메뉴인 앞에서 연주해 실력을 인정받은 뒤 현악명가 ‘메뉴인 스쿨’에 입학했다. 3년 뒤에는 독일로 건너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린 명교사 자카르 브론의 지도를 받았다. 브론은 막심 벤게로프와 바딤 레핀이라는 스타를 길러낸 인물.
영화 ‘오네긴’에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던 핸슬립은 마침내 2001년 워너사에서 데뷔음반을 내놓고 지난해 9월에는 유럽에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3번 앨범도 선을 보였다. ‘원숙한 장인(匠人)의 연주를 듣는 것 같다’(클래식 FM 매거진) ‘빛나는 기교, 진정한 표현의 깊이’(그라머폰)라는 등 특히 영국의 음악 저널들이 쏟아내는 찬사는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서구인들은 연주계 특히 바이올린 분야의 신동에 대해 ‘동양인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8세 때 세계 음악계에 첫선을 보인 장영주를 비롯, 11세 때 데뷔한 일본의 미도리, 12세 때 국제무대에 나온 이유라 등 ‘검은 눈, 검은 머리’ 신동들이 ‘판’을 장악해왔기 때문. 최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 일련의 신보에서 원숙한 연주를 선보인 힐러리 한(23·미국) 정도가 ‘푸른 눈 신동의 전통’을 유지했을 뿐이다. 특히 독일보다 음악애호가층이 두꺼운 영국인들에게 자국 출신의 소녀 신동 핸슬립의 등장은 남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의 소품집 데뷔음반과 6월 국내출반 예정인 브루흐의 협주곡 앨범을 입수해 플레이어에 걸어보았다. 두 앨범 모두 풋풋하면서도 윤택한, 건강한 음색이 가장 먼저 돋보인다. 왁스만 ‘카르멘 판타지’의 밀어붙이는 활력도 ‘이정도면…’ 싶다. 장영주 이유라 등의 비르투오시티(巨匠性)와 친숙한 우리에겐 영국인 같은 호들갑은 불필요하다 해도.
핸슬립은 내한연주에서 브람스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소나타 3번, 라벨 소나타, 데뷔음반에 실린 왁스만 ‘카르멘 판타지’ 등을 연주한다. 2만∼5만원. 02-575-0426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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