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揚子)강의 중상류를 막는 싼샤댐이 2009년 최종 완공되면 폭이 1km, 길이가 서울에서 평양만 한 거대한 인공 저수지가 생긴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싼샤댐이 완공되면 바다로 흘러갈 양쯔강 물이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발과 용수 사용 때문이다. 1970년대 이집트 나일강에 건설된 아스완댐도 바다로 나갈 강물을 10%가량 줄였다.
한국해양연구원 최동림 박사(싼샤댐 연구회장)는 “서해에 들어오는 담수의 80%는 양쯔강에서 온다”며 “이 물이 막히면 큰 환경재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해양학회도 최근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싼샤댐의 환경 피해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어획량 급감이다. 최 박사는 “아스완댐이 건설된 뒤 주변 어획량은 4분의 1로 줄었다”며 “싼샤댐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경대 장창익 교수(해양생산관리학과)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서해에 많은 참조기 갈치 고등어 전갱이는 산란장과 월동장이 양쯔강의 영향을 받는 곳에 있어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갈치는 양쯔강 하구 가까이서 태어난 뒤 봄이 되면 한국으로 올라온다. 새끼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바다 환경이 변하면 갈치 수도 크게 줄 수 있다. 또 물고기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사는 곳이 달라지면 어장이 한국 어민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온난화가 이뤄지면서 동해와 서해의 물고기 종류가 변한 것과 마찬가지다.
담수가 줄어들면 특히 물고기들이 많이 사는 표층수의 염분 농도가 크게 높아진다. 인하대 최중기 교수(해양학과)는 “양쯔강 물은 평소 제주도 주변까지 흘러온다”며 “이 물이 사라지면 지역과 계절에 따라 이 지역 표층수의 염분 농도가 20%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고기는 염분 농도에 민감해 농도가 변하면 성장과 부화에 문제를 일으킨다.
강물과 함께 물고기가 먹을 유기물질도 바다로 가지 못한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대만 국립중산(中山)대 천전둥(陳鎭東)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양쯔강물이 10% 줄면 유기물질도 9% 감소한다”고 우려했다. 다뉴브강에 대형 댐이 건설됐을 때에도 영양물질이 부족해져 바다에 껍질이 얇은 플랑크톤이 번식하며 생태계가 깨졌다.
서해의 오염증가도 물고기에게 치명적이다. 해양연 이재학 박사는 “서해에 들어온 물은 평균 4∼5년 뒤에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데 싼샤댐이 완공되면 그 기간이 1년 정도 늘어난다”며 “오염물질도 서해에 더 오래 머물러 환경과 생태계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양쯔강의 물을 건조한 서북지역으로 대거 올려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물을 운반할 대형 운하도 댐과 함께 건설되고 있다. 이 시설이 완성되면 바다로 갈 양쯔강 물은 현재 예상보다 더 많이 줄어든다. 이재학 박사는 “기존 연구들은 양쯔강 물이 10% 정도 준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되면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훨씬 줄어들어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림 박사는 “물막이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어민들의 피해는 점점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한 중 일 정부가 함께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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