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갈등은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을 높였던 게 사실. 파스칼 쿠슈팽 스위스 대통령은 “코끼리들이 싸우면 온 숲이 벌벌 떤다”며 미국과 프랑스의 화해를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시라크 대통령을 대하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의례적이었고, 회의 폐막을 하루 앞두고 중동으로 날아간 것도 개운치 않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이를 ‘강요된 화해’라고 표현했다.
전반적인 회의 분위기가 너무 미국 중심으로 돌아간 것도 G8의 미래와 관련해 불안감을 자아낸다. 폐막 성명이 북한과 더불어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의 핵문제를 강도 높게 비난한 데서도 미국의 입김이 느껴진다.
당초 주최국인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회의는 세계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회의 관심사는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으로 옮겨갔다.
세계경제성장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은 다른 정상들이 부시 대통령을 의식, 세계 경기 침체의 주 원인 중 하나인 달러화 하락 문제를 비켜갔기 때문. 부시 대통령이 “나는 강한 달러를 지지하지만 달러화 정책은 내 소관이 아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음에도 이를 문제 삼은 정상은 없었다.
이 때문에 ‘G8 무용론’까지 나온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는 보고서를 통해 “G8은 세계경제정책을 조정하는 정통성과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에비앙=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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