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밤 대구가톨릭대(경산시 하양읍) 외국어대학 앞 잔디밭에서는 ‘라틴축제’가 열렸다.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학생과 교수들이 스페인 언어권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처음 마련한 자리. 주한 코스타 리카 영사도 참가했다.
대구 경북지역 대학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과가 개설된 이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스페인 문화 알리기에 나선 까닭은 스페인 언어권 문화에 대한 낮은 인식을 바꿔보자는 뜻.
스페인어를 채택한 중등학교가 서울 경기 28개교, 부산 경남 7개교, 전남 3개교 등이지만 대구 경북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 스페인어는 영어 중국어 인도어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고, 스페인 멕시코 콜럼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등 20개국의 국어.
스페인이라면 투우와 피카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스페인어는 의외로 주변에 많다. 노래 ‘베사메 무쵸’(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주세요 뜻)를 비롯해 오페라 ‘카르멘’ 같은 음악, 플라멩고 탱고 살사 룸바 같은 춤 이름, ‘디오스’ ‘엘칸토’ 등 상품 이름 등. 아반테 티뷰론 티코 에스페로 다마스 산타페 시엘로 같은 자동차 이름이 모두 스페인어이다.
스페인은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정이 많고 정서가 풍부한 나라로 알려져있다. 스페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연간 5000만명)은 스페인 국민들의 친절함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97년 이 대학에 부임한 헤수스 데라 또레 교수(40)는 “세계 20개국의 스페인 언어권은 한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권에 비해 너무 인식이 낮은 것 같다”며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스페인 언어권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학 졸업생 30여명이 현재 멕시코 등 남미 스페인 언어권 나라에서 일하고 있다. 김우중(金祐重·50) 교수는 “세계지도를 놓고 보면 스페인 언어가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스페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행사를 활발하게 펼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부심도 높다. 대구 인터불고 호텔 3층 스페인 문화관에서 일을 돕는 4학년 김경화(金敬和·23)씨는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스페인권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졸업후 스페인 언어권 나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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