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和도 힘으로…막강한 '부시 입김'

  • 입력 2003년 6월 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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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3자회담을 갖고 미국이 제안한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에 합의해 중동평화를 향한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

▽3자회담=아바스 총리는 정상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봉기를 종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는 성공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 행위 종식이라는 목표도 평화적 수단을 통해 이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살 테러 공격 등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공격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으로 해석된다.

샤론 총리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치를 원치 않으며 팔레스타인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지지한 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의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즉각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미국은 중동평화 로드맵을 조율하기 위해 중동에 존 울프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로드맵 조정팀’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종식시키겠다는 아바스 총리의 약속과는 달리 이슬람 무장과격단체인 하마스와 지하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한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천명해 중동평화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랍권에서 이집트 이스라엘과 수교한 나라인 요르단의 아카바에서 만난 세 사람은 회담을 마친 후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나란히 건너 요르단 왕궁으로 향했다. 연출 효과에 천재적인 백악관 선발대는 회담을 앞두고 요르단에 이 다리의 건설을 요구했다.

2000년 10월 샤름알셰이흐의 3자회담 이후 처음 열린 이날 회담은 취임 후 2년간 중동 유혈분쟁을 수수방관하던 부시 대통령이 처음 중재에 뛰어든 자리. 동시에 이라크전쟁 승전 이후 중동에서 더욱 강해진 미국의 입김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을 종식시키고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동평화안의 이행을 양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로드맵의 1단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을 즉각 포기하고 이스라엘은 샤론 총리가 집권한 2001년 3월 이후 건설된 정착촌을 해체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회담에 때맞춰 자국인 집단살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2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해 온 팔레스타인인 최장기수 등 100여명을 석방했으나 강경파 일각에서는 “테러에 굴복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측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중동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아랍 정상회담=3자 회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3일 이집트의 홍해 연안 휴양지인 샤름알셰이흐에서 온건파 아랍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랍권으로부터 로드맵에 대한 지지와 테러 척결 다짐을 이끌어 냈다.

이 회담에는 아바스 총리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바스 총리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협력할 의사를 내비쳤다. 부시 대통령은 아랍과 이스라엘간의 해묵은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2013년까지 미국과 중동지역간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제안했다.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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