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세계전략…타협대상 안돼 ▼
보도에 의하면, 현재 미 국방당국은 과거와는 달리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를 적극 제기함은 물론 우리 국방당국에 가급적 조기에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미국측 요구에 적극 협력하는 자세로 임하면서 이를 동맹관계 강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첫 대면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비롯한 양국 동맹관계의 향후 발전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다뤘다는 사실은 결코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 재확인으로 우리를 안심시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군사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군사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신중한 대응과 효과적인 대응책 강구가 요구된다.
특히 현재 한미 국방당국간에 공식 협의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는 부시 미 정부가 9·11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해온 해외주둔 미군 전반에 걸친 재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적 고려에서가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의 틀 속에서 추진되는 ‘군사적 조치’이므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5월31일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측이 공동 발표한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앞으로 3년간 110억달러 이상 투입)도 지난달 한미 정상간의 합의사항인 ‘첨단 기술력에 의한 연합방위 능력의 강화’를 위한 실천적 행동계획인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또한 한반도 차원으로 고착시키지 않고 전력운용상의 유연성과 기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미 국방당국의 전략적 의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즉, 한강 이남의 주요 축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전반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유사시 동원 및 통합운영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필요시 전력 일부를 신속히 한반도 밖으로도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는 미국측으로선 군사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조치인 것이다.
셋째, 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할 필요도 없다. 단지 그 조치들의 시행과정에서 한국군의 전선 방어부담 증대 등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한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될 때에는 군사적 보완책을 한미 군사당국간에 마련하면 된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이 전환기에 취할 ‘적절한 대비태세’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따라서 우리 국방당국은 한국군 자체의 군사역량을 강화해 나가면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능동적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신뢰 바탕으로 보완해 나가야 ▼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간 합의사항에 대한 노 대통령 자신의 강력한 실천 의지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도력, 그리고 이에 따른 한미간의 신뢰관계 유지다. 신뢰관계만 형성돼 있다면 모든 문제를 상호이익 증진의 방향에서 협의할 수 있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에서라도 합의할 수 있다.
박용옥 국방대 초빙교수·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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