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간 비즈니스 위크는 9일 인터넷판에서 “선진국들은 가난한 지역의 질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스가 발병한 이래 국제행사는 줄줄이 취소됐으며 공장도 문을 닫았다. 각국 공항은 물샐 틈 없는 검역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각국 보건 당국과 제약회사들은 사스 백신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라는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제까지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다른 전염병들과 비교해 보면 ‘유례없이’ 재빠른 대응이라 할 만하다.
사스로 인한 사망자는 총 800여명. 발병 지역은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중국 미국 등 선진국이거나 강대국이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서 주로 발생한다. 세계 인구의 20%가량이 말라리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말라리아 사망자의 대부분은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단체인 ‘말라리아를 위한 의료 벤처(MMV)’는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감염자 수는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으며 약에 대한 질병의 저항성도 높아져 통제 불능의 상태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말라리아에 걸리는 사람들이 대개 가난하다는 이유로 제약회사들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말라리아 약을 많이 개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라리아에 들어간 연구비는 겨우 1억달러. 사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미미한 액수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예방약과 모기장만 제대로 공급해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에 대해 세계는 사스에 보인 것의 절반만큼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