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 전람회’라는 뜻의 ‘비엔날레’란 말을 탄생시키며 출범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올해로 꼭 50회를 맞는다. 11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100여년 넘게 세계 미술계를 이끌어 온 베니스 비엔날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 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행사 총감독은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인 프란체스코 보나미가 맡았다. 그는 세계 49개국 12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본 전시의 주제를 ‘꿈과 갈등:관객의 독재’로 잡았다. 주최측은 아르세날레관 이탈리아관 국가관 등 3대 축으로 전시를 구성해 현대 사회가 당면한 국제주의와 지역주의라는 이중적 과제에 대한 미술적 탐색을 보여주고 ‘글로컬리즘(Glocalism)’을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개막식은 13일 오후 3시 열린다. 한국관 전시의 주제는 ‘차이들의 풍경’. 이에 앞서 12일 오후 4시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 작가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마련된다.
김홍희씨(쌈지스페이스 관장)가 기획을 맡은 한국관 전시에는 황인기, 정서영, 박이소씨가 평면과 입체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디지털 산수화 ‘바람처럼’과 설치작품 ‘기둥’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위-10위’를 통해 예술과 자연, 작품과 환경의 차이를 강조할 예정이다.
김홍희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관 정문에 들어서면 맞은쪽 유리벽으로 시원스러운 바다 풍경이 들어오면서 오른쪽에 황인기씨의 ‘바람처럼’이 펼쳐진다. 검은 폐비닐과 아크릴 거울 파편으로 만든 28m 대형 벽화인데 옛 산수화와 현대 베니스의 실제 모습을 병치한 이중 풍경화다.
정서영씨는 왼쪽 우묵한 공간의 기존 철제 기둥에 흰색 스티로폼으로 가짜 ‘기둥’을 설치했다. 그는 벽에 문을 낸 뒤 개조한 중형 오토바이를 걸쳐 놓고 ‘새로운 삶’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이소씨는 사각의 가설 링에 26개 국가관의 모형을 배치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문화적 패권주의 정치학을 익살스럽게 표현할 예정.
규모와 실험성에서 올 행사 중 가장 주목받는 아르세날레 전시에는 주재환, 장영혜와 중공업팀, 김홍석, 김소라씨 등이 처음 참여한다. 이들은 후한루씨가 기획한 ‘위기의 지대(Zone of Urgency)’전에 참여작가로 선정돼 ‘Pao! Pao! Pao!’ ‘로또맨’ ‘C.H.I.S, 만성역사해석증후군’ 등을 출품한다.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한 한국은 1995년 25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개관해 전수천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1997년 강익중, 1999년 이불이 특별상을 받는 등 3회 연속 특별상 작가를 배출한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참여 작가들의 수가 가장 많고, 전시장도 확대됐다는 점에서 외형상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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