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일 메세베젤 2전시장에서 열린 제34회 바젤 아트페어에는 참가신청서를 낸 세계 970개 화랑에서 엄선된 270개 화랑이 현대 미술품 1500여점을 선보였다. 이 기간에 5만여명의 작가와 컬렉터, 미술계 관계자와 관광객 등 10만여명이 몰려 들어 인근 숙박시설은 동이 났으며, 세계 다국적 기업 회장들과 세계적인 화상(畵商)들이 밤마다 사교 파티에 얼굴을 내밀었다.
18일 오전 11시 개막하자마자 몰리는 인파로 전시장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1층 전시장에는 뉴욕의 소나벤드, 말버러, 가고시안, 파리의 크루거, 제네바의 아트 퍼블릭 등 세계 유명 화랑들이 도열해 리히텐 슈타인, 프랜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마크 로스코, CY 톰블리, 윌리엄 드 쿠닝, 페르난도 보테로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한국도 갤러리 현대에서 이우환 김창열 노상균 김순례 신성희 최우람의 작품을 선보였고 국제 갤러리는 전광영 조덕현 홍승혜의 작품을 내걸었다.
2층에는 실험성 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독일 프랑크 틸의 사진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일본 SCAI 화랑은 한국작가 이우환과 이불의 작품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의 30%가 1만달러(약 1200만원) 이하, 40%가 1만∼3만달러였으며 나머지는 수십 수백만 달러의 고가품들.
바젤 아트페어가 세계 최대 미술 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대형 실험 작품들까지 끌어 들이는 ‘포용력’ 때문. 제2전시장의 ‘언리미티드(Unlimited)’전은 나이 국적을 불문하고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만 모았다. 이곳은 현대 미술의 거장부터 제3세계 무명 작가들의 작품이 뒤섞여 경계없는 다국적 미술 시장의 단면을 보여 준다.
부스 형태로 만들어진 1전시장에 비해 2전시장은 공장 가건물을 연상시키듯, 벽이 따로 없고 천장과 바닥이 온통 전시 공간이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현대 조각계의 거장 리처츠 세라(미국)의 높이 3m, 길이 6m에 달하는 대형 철제작품이 공간을 압도했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입체 작품들이 전시됐다. 일부 작품에는 ‘가격은 부르는 대로’라고 적혀 있었다.
전시장 오른쪽 끝에는 한지로 싼 작은 스티로폼 4만여개를 촘촘히 원구에 붙여 만든 대형 지구본을 매단 전광영의 작품도 설치되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바젤 아트페어도 비켜가지 않았다. 디렉터인 사뮤엘 켈러는 “폐막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유명 컬렉터들의 발길이 줄어 거래가 예년같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트페어 못지않게 바젤 주변 30여곳의 미술관을 찾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미술관에서는 고전 및 인상파,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값비싼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바젤 외곽 리헨에 세운 파운데이션 바이엘러는 주변의 강과 숲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 건축양식이 돋보인다. 8월 10일까지 열리는 ‘표현주의 2’전에서 반 고흐, 칸딘스키, 에밀 놀데, 피카소 등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시내에서 가까운 쿤스트 뮤지엄에는 ‘무덤 속의 그리스도’로 유명한 작가 홀베인의 작품들에서부터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으로 가득하다. 장 팅걸리 미술관도 명물 중 하나.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의 절정을 이룬 팅걸리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바젤=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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