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畜生’을 위해…美 ‘가축 복지학’ 부상

미국에서 이른바 ‘가축복지학’이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닭 돼지 소 같은 가축의 행동과 심리, 감정변화를 연구해 도살되기 전까지나마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자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

유럽에서도 ‘동물도 행복을 느끼는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는 등 ‘동물과 행복’이 새로운 연구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이 최근 전했다.

미 퍼듀대 에드먼드 페이저 교수(동물행동학)는 돼지가 혼자서 사료를 먹는 걸 좋아하는지, 다른 돼지들과 어울려 장난치며 먹는 걸 좋아하는지를 관찰 연구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대학에서 닭들의 놀이문화 연구, 물고기의 통각(痛覺) 연구 등 다양한 소재가 연구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중 일부는 맥도널드, KFC 등 패스트푸드업체들이 지원하고 있다. “가축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다”는 비난을 잠재우고 기업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다.

동물학자들은 이런 연구가 인간의 심리적 부담감을 더는 효과와 더불어 사육방식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는 가축 800억마리의 대부분은 새장, 우리, 실내 헛간 등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도살된다. 그나마 예전엔 태어나서 5∼7세가 될 때까지 우유를 만들어 내며 생명을 부지했던 젖소들이 요즘에는 평균 생후 2, 3년이면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닭의 평균 수명은 생후 46일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게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운명이라면 짧은 생이나마 더 달콤하게 살게 해주자는 것.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