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 경제가 국제 채권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통화량 증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진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대기업에 한해 해외채권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수개월 내 공식 발표될 이 방안에 따르면 ‘신뢰할 만한’ 대기업들에 한해 미국 유럽 홍콩의 금융시장에서 달러표시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도록 허용하며 결제는 홍콩의 통화당국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현재 해외 유가증권 매입이 허용된 중국 내 중국·외자계 금융기관들은 500억∼800억달러의 채권을 순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비금융기관의 경우 전년도 경상거래로 얻었던 외화총량의 20% 이내로 외환계좌 한도가 묶여 있어 해외채권 투자가 사실상 제한받고 있다.
FT는 이번 조치의 대상이 중국 증권신탁결제원 내 1200여개 회원사로 외환계좌 한도 등이 상향조정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3160억달러까지 치솟은 외환보유액과 한해 1000억달러가 넘는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경제에 주름살을 주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 중국 기업들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 대부분을 중국인민은행에 매각하는 바람에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 경기과열의 위험성이 지적돼왔다. 또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할 수 있어 이를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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