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가 어린이 비만과의 전쟁에 나섰다. 매일 80만명분을 제공하는 학교 급식 메뉴를 저지방으로 바꾸게 하고 교내 자판기의 품목도 어린이들을 뚱보로 만들지 않는 것들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이런 취지로 6월말 시의회 청문회에서 새로운 영양지침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쇠고기라비올리(양념한 쇠고기를 밀가루 반죽으로 싼 요리), 감자샐러드, 마카로니앤드치즈 등은 학교식당에서 사라진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치킨너겟, 치즈피자, 자마이칸비프패티즈(다진 고기 등을 만두 모양으로 구운 것) 등은 메뉴에 살아남지만 양도 줄어들고 기름기가 더 줄어들게 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침은 학교 급식의 일주일치 칼로리 가운데 지방(脂肪)에서 나오는 칼로리가 30% 이내가 되도록 정하고 있다. 뉴욕시의 지침은 이보다 더 강해 2008년까지 매끼 30% 룰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지방 공급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뉴욕시의 새 지침은 9월 새 학기부터 시행된다.
미 전국의 학교 당국은 뉴욕시가 2월부터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추진하는 이 같은 실험적인 규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미 여러 지역의 교육청들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어린이 비만을 줄이기 위해 학교 구내식당에서 정크 푸드를 몰아내는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구내식당 지침을 마련해 운용 중이며 텍사스주는 학생 운동에 관한 새 지침을 확정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내 초등학교 3학년생의 20%, 6학년생의 21%가 비만이다. 브롱크스 남쪽이나 할렘 동쪽, 브루클린 등 가난한 지역의 경우 주민의 15%가 당뇨병을 갖고 있는데 이 병은 잘못된 섭생이나 운동부족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뉴욕시 영양지침의 주요한 규제대상 중 하나는 고교를 중심으로 학교에 많이 설치돼 있는 자판기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체육활동 등을 지원할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자판기를 학교에 들여놓고 있다. 교육당국자들은 지금까지 학교별로 임의로 정해온 자판기 판매 품목을 앞으로는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뉴욕시의회 의원들 중 일부는 “담당자가 바뀌면 이 같은 규제가 흐지부지된다”고 우려하면서 “법으로 만들어 규제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에선 뉴욕시 학교 자판기 공급업체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 회사의 공급품목을 통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시의 자판기 품목 영양지침은 품목별로 지방이 30% 이내가 되도록 하고 음식 재료로 현재의 혼합 밀가루(흰 밀가루 60%, 통밀 40%)에서 전체를 통밀로 바꾸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캔에 든 야채 사용을 줄이는 대신 신선야채나 냉동야채의 공급을 일주일에 3회에서 5회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콩을 원료로 해 치킨이나 버거처럼 만든 것이나 생선 공급을 늘리며 마요네즈를 넣은 샐러드 공급을 현재의 일주일 3회에서 1회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쿠키 및 스낵류의 분량이 적어져야 하며 음료수는 물, 우유, 100% 과일주스 등으로 제한된다. 현재 연방 규정으로는 학교 구내식당에선 콜라를 비롯한 소다음료나 영양이 적은 음식은 판매할 수 없으며 학교 내 다른 곳에서도 식사시간 이후에만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이 같은 규제정책에 대해 뉴욕시의회 의원 일부는 “효과가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음식습관을 가르쳐 야채를 많이 먹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구내식당 식단을 잘 짜놓더라도 급식을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요즘 어린이들 사이의 유행을 당해내겠느냐는 것이다.
청량음료 업체들은 340mL의 청량음료에 들어 있는 열량은 150Cal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청량음료가 비만의 원인으로 몰리는데 대해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비자모임측은 “특정한 음식이 비만 증가의 원인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청량음료는 어린이들에게 균형 잡힌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한 통계는 20년 전에는 10대 소년들이 우유를 청량음료의 2배, 10대 소녀들은 1.5배 마셨지만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소다를 우유의 2배 마신다고 밝히고 있다.
홍권희 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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