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샴쌍동이 스토리]‘이심동체의 삶’ 29년

  • 입력 2003년 7월 8일 23시 30분


천형(天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29년 동안 머리가 붙은 채 살아오다 ‘평범한 삶’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기적에 도전했던 두 자매는 결국 수술대 위에서 서러운 삶을 마감했다.

라단 비자니와 랄레흐 비자니 자매는 이란 서부 피루자바드에서 ‘이심(二心)동체’로 태어났다. 두개골과 뇌혈관 등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다른 형제가 9명이나 더 있는 가난한 가정이었지만 다행히 국제적인 관심 속에 테헤란의 의사들의 손에 자랐다.

쾌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의 팔 다리 얼굴은 늘 뛰어놀다 함께 넘어져 생긴 멍과 상처투성이였다. 8세 때 자매는 처음으로 서로에게 벗어나기 위해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곤 비로소 자신들에게 던져진 숙명의 고통을 절감한 듯 울음을 터뜨렸다.

AP 로이터 등 외신은 24시간을 붙어 지낸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개성이 달랐다고 전하고 있다. 라단은 이야기하길 좋아하며 요리를 즐기지만 랄레흐는 차분하며 동물을 좋아했다. 1명이 시험을 볼 때면 두 사람의 머리가 동원됐다. 서로에게 속삭이며 답을 알려주는 ‘부정행위’도 했다고 본인들이 고백했을 때 세상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란 정부도 자매가 94년 테헤란대에서 함께 법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란 의료진은 96년 두 사람을 독일로 보내 수술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너무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상심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18개월 된 네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케네스 고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자매는 지난해 11월 수술을 받으러 싱가포르에 왔다. ‘둘 다 혹은 한 사람이 숨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료진의 경고도 각기 기자(랄레흐), 변호사(라단)를 꿈꾸는 자매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자매는 수술대에 오르면서도 “수술이 성공해도 우리는 떨어져 살지 않을 거예요”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의료진들은 전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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