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기회는 세 차례. 모두 떨어지면 삼진아웃으로 학교에서 제적된다. 다시 시험을 쳐 합격하면 복학이 가능하기는 하다. 대학생들에게 중고교생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한다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학생들을 겁주는 이 시험은 ‘3학년 진급시험’이란 별명이 붙었다. 2년 전 이 시험이 처음 시작될 때 일부 학생들은 그냥 무시해버렸다가 한 차례 불합격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 뒤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바쁘다.
CUNY의 학생평가위원장인 본 오거스트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스트 이해능력, 논리적 사고, 작문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점은 ‘학생들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충분한 기술 수준’이라고 학교측은 밝히고 있다.
올 3월 세 시간 동안 치러진 시험내용은 독해와 작문(에세이). 독해시험에는 통계자료, 예를 들어 통계표와 파이그래프 같은 것이 배포된다. 그리고 여러 문장에서 제시된 주장이 통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답은 문장으로 쓸 수도 있고 요점만 나열할 수도 있다.
작문시험을 위해 학교측은 시험 2주 전에 학술 관련 긴 아티클(article)을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시험 당일엔 짧은 글을 하나 더 준다. 작문시험 문제는 두 개의 아티클에서 제시된 논점에 관한 것이다. 시험문제가 학교를 떠나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이란 점이 흥미롭다.
매튜 골드스타인 CUNY 총장은 “이 시험은 일종의 가혹한 사랑”이라며 “대학은 학생들이 명확한 글을 쓰고 분석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여러 차례 노력하고도 안 된다면 그런 학생은 (대학 공부가 아닌)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 3월 1만1142명이 치른 시험의 합격률은 75.1%. 바룩 칼리지가 88.9%로 가장 높았고 호스토스 커뮤니티 칼리지가 51.0%로 가장 낮았다. 세 차례까지 시험을 치러 합격한 비율은 전체 평균이 92.4%로 높아진다. 그렇지만 전체의 7.6%인 600여명은 삼진아웃에 걸려 제적될 위기에 놓여있다. 요크 칼리지의 경우 삼진아웃 비율이 무려 17.8%에 이르는 등 10%를 넘는 칼리지가 네 군데나 된다.
학생들이 반발해 시험거부 같은 실력행사에 나서지는 않을까. 불합격률이 점점 높아가고 있지만 불만을 품는 학생은 거의 없다. 시험을 치러야 하니까 귀찮기는 하지만 학생 대부분은 이 같은 시험제도를 환영한다. 메드가 에버스 칼리지의 학생회장이며 CUNY 학사위원회 학생측 위원인 아그네스 에이브러햄은 “학생 대부분은 ‘이 시험을 통해 독해와 작문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CUNY의 대학생 중간평가 제도에 관한 논의는 1970년대부터 있었다. 그러다 1997년 당시 뉴욕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CUNY 이사회가 이 대학 졸업장의 질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런 시험이 추진됐고 2001년 첫 시험이 치러졌다. 현재 이 같은 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플로리다, 사우스다코타, 조지아, 아칸소 및 캘리포니아 주립대 중 일부. 사우스다코타대 등 일부는 검정기관에서 만든 문제로 시험을 치르지만 CUNY는 자체적으로 출제한다.
이런 시험제도는 대학교육 내용도 바꿔놓는다. 칼리지들은 학생들의 시험준비를 돕는 교과과정을 늘려가고 있다. 작문을 별로 많이 하지 않는 생물학과 등에서는 학생들에게 별도로 작문교육을 시킨다. 대학측은 박사과정 대학원생 가운데 ‘작문 도사’ 200명을 정규교수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투입하고 있다.
칼리지들은 커리큘럼이나 강의방법도 재검토하고 있다. 통계자료를 끔찍이 싫어하는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의 한 영문과 교수가 베트남 이민자에 관한 소설을 강의하면서 연도별 이민자 숫자 변화 추이 차트를 가져다 놓은 것도 이 시험이 가져다 준 변화다. 맨해튼 보로 커뮤니티 칼리지의 경우 학과장들과 평가담당 교수, 학생지도 담당 교수 등이 매주 만나 학생들의 시험준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