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일어난 최악의 외교 분쟁이었던 외교관 맞추방 사건의 당사자로 4년6개월 동안 옥고를 겪었던 발렌틴 모이셰프 전 러시아 외무부 아태1국 부국장(57)이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보안당국에 간첩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해 말 석방된 모이셰프씨는 최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유럽인권법원(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소송을 냈으며, 석방 이후에도 당국이 자신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행정소송도 제기했다고 현지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변호인과 그를 돕는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모이셰프씨는 모스크바를 떠날 때마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등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1998년 7월 모이셰프씨가 주러 한국대사관의 조성우(趙成禹) 참사관에게 돈을 받고 국가기밀을 넘겨줬다고 기소했었다. 변호인측은 당시 그의 집에서 발견된 5747달러가 한국 정보기관에서 받은 돈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그가 조 참사관에게 전해준 자료는 공개된 학술자료라고 반박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에서 최고의 한국통(通)이었으며 경제학박사인 모이셰프씨는 석방된 뒤 민간기업 50여곳에 이력서를 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학을 전공한 그의 딸 나데쥐다(24)도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