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가 어디지?=밴쿠버가 한국의 평창을 누르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미국 언론은 “그렇다고 해서 뉴욕의 도전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태연해 했다.
뉴욕은 재빨리 “뉴욕과 밴쿠버는 (거리상) 가깝지 않다”면서 “시차는 3시간, 거리는 3919km나 된다”고 선전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북미’로 불리는 것을 짐짓 모르는 척하면서.
뉴욕이 올림픽 정신과 가깝다면서 제시하는 표현은 차라리 우스개에 가깝다. “올림픽 경기의 핵심은 경쟁이다. 뉴요커들은 뉴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라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의 복잡한 주식거래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하기 위한 오디션, 그리고 브루클린행 마지막 전철 탑승 경쟁까지.”
▽부활의 기회=세계의 수도를 자처하는 뉴욕이 올림픽에 이처럼 몰두하는 것은 9·11테러로 입은 물적 피해 및 자존심의 상처에서 부활하는 데 올림픽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경제적으로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수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110억달러의 유발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각오다. 예상 수입 33억달러에서 운영비 20억달러를 뺀 나머지 13억달러로 경기시설과 공원을 건설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교통은 X로=뉴욕의 올림픽 준비 청사진은 이미 정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X자 축의 교통망. 맨해튼 북쪽의 할렘리버에서 이스트리버를 따라 내려와 스테이튼 아일랜드까지 남북으로는 페리가 운항한다. 또 뉴저지에서 맨해튼을 가로질러 퀸스의 서쪽까지 동서로는 철도가 놓인다. 이것을 뉴요커들은 ‘올림픽X’라 부른다.
두 교통축이 만나는 곳, 유엔본부빌딩에서 강 건너편인 퀸스 서쪽 강가에 올림픽선수촌이 건설된다. 올림픽촌에서 모든 경기장까지 기차나 고속페리로 가기 때문에 1만6000여명의 선수 코치 등은 교통체증을 겪지 않아도 된다. 올림픽스타디움은 맨해튼 서쪽에 자리 잡을 예정.
또 뉴욕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에서 12만2000개의 호텔 객실이 손님을 맞는다. 여기에 2012년 이전에 뉴욕 일대에 3만개의 호텔방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꿈 이루어질까=체육인 상공인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뉴욕올림픽유치위원회 ‘뉴욕2012(www.nyc2012.com)’는 돈과 사람을 모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댄 닥터로프 위원장(뉴욕 부시장)은 “뉴욕은 세상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모여든 곳”이라며 “이제 뉴욕이 올림픽 경기의 꿈을 향해 뛸 때”라고 말했다.
뉴욕이 런던, 파리, 리우데자네이루, 모스크바, 마드리드, 라이프치히, 이스탄불, 아바나 등 8개의 경쟁도시를 물리치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제 2005년 7월 6일 개최지 결정 때까지 뉴욕은 올림픽 이야기로 뒤덮일 것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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