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홍해 부근의 병력 4500명에게 라이베리아 인근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서아프리카 국가들도 파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담을 열기로 했다.
▽내전 격화=라이베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21일 수도 몬로비아에서 전면전을 벌이면서 미국 대사관과 인근 주거지역이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1만여명의 라이베리아인들이 대피해 있던 미국 대사관 인근 주거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라이베리아인 대사관 경비요원 2명을 포함해 25명이 숨지는 등 이날 하루 100여명이 숨지고 36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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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민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의 총공세를 받고 있는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자신의 하야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하야 전제조건을 담은 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라이베리아 국민은 이날 미국에 파병을 요구하면서 이번 공격으로 숨진 사람의 시신을 미국 대사관 밖에 일렬로 늘어놓았다.
▽파병 논의=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홍해 인근지역에 배치돼 있는 4500명의 미 해군과 해병대에 라이베리아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관리들이 밝혔다. 미군이 이동하는 데 7∼10일 걸리지만 미국민 소개 등 임무가 부여되면 배치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1500명 정도의 병력을 라이베리아로 파견키로 했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소속 15개국의 외무 국방장관들도 22일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
▽내전의 원인=테일러 대통령은 97년부터 라이베리아를 철권 통치해 왔다. 그는 군벌 활동을 시작한 80년대 말부터 무기와 다이아몬드 밀매를 주도했고 이웃 시에라리온 내전에도 개입해 수십만명을 희생시킨 주범으로 최근 국제전범재판소에 전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정부군과 반군이 테일러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테일러 대통령이 전범기소가 철회되지 않으면 하야할 수 없다고 버텨 다시 유혈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4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약 13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반군은 영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몬로비아를 사방에서 포위하며 테일러 정부를 압박해 왔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몬로비아·워싱턴=AP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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