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카오룽(九龍) 지역에서 41∼42층 규모의 초고층아파트(1632가구)를 건설 중인 현대건설 이상렬 소장은 한국과 홍콩의 초고층아파트의 차이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홍콩의 초고층아파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
“홍콩은 한국처럼 높은 땅값에 이용할 수 있는 토지가 적다는 점에서 고밀도의 개발 수요가 많은 곳입니다. 이 때문에 1960년대부터 초고층아파트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이미 주력 주택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만큼 초고층주택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곳입니다.”
▽서민용 vs 고소득층용=홍콩의 초고층아파트의 주력 평형은 10∼20평형대이다. 30평형대 이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한국은 40평형대 이하가 드물다. 대부분 50평형대를 넘고 100평형에 이르는 초대형도 눈에 띈다.
단지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인다. 홍콩에서는 대부분 1000∼3000가구의 초대형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00가구 안팎 규모가 주를 이루고 100가구 미만 규모도 적잖다. 비슷한 규모의 대지라도 한국이 대형 평형 위주로 건설한 게 원인이다.
홍콩은 원목 바닥재 이외에 고급 마감재를 거의 넣지 않는다. 입주자가 취향대로 선택해서 설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반면 한국은 수입산 마감재로 중무장시킨다. 수입대리석 바닥재를 깐 곳도 적지 않다.
단국대 건축학과 이재훈 교수는 “홍콩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다양한 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형태 위주로 개발됐지만 한국에서는 민간이 고소득층을 겨냥한 상품으로 개발하면서 이 같은 차이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한국에서는 당분간 초고층아파트가 고소득층용 주거상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양대 건축학과 신성우 교수는 “60층 규모의 초고층아파트 1개동을 짓는 비용이 30층 규모의 아파트 2개동을 지을 때보다 대략 30∼40% 정도 비싸다”며 “10년 정도는 지나야 한국에서도 홍콩처럼 초고층이 대중적인 주거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자 보호도 홍콩이 철저=홍콩은 전체 사업비의 50% 이상이 투입됐을 때에만 분양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토지 매입은 물론 지하 기초 골조 공사가 끝나야 한다. 그만큼 분양자로서는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업부지만 확보하면 분양에 나설 수 있다.
화재사고 등에 대비해 홍콩은 20층 또는 25층 단위로 피난층이 설치된다. 피난층은 아예 아파트를 넣을 수 없는 빈 공간으로 사고 발생시 대피시설로 이용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 같은 재난 대피시설을 설치한 곳이 없다. 법적 장치도 없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정영균 소장은 “한국의 초고층아파트는 대부분 주상복합아파트로서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생활편익시설만 설치하는 반면 홍콩에서는 가급적 입주자 입장에서 필요한 모든 생활편익시설을 배치하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홍콩의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비교 | ||
한국 | 구분 | 홍콩 |
1990년대 | 도입시기 | 1960년대 |
토지매입 완료하고 분양 승인 직후 | 분양방식 | 전체 사업비의 50% 투자 이후 |
분양자가 소유권 보유 | 소유형태 | 50년 장기 임대 |
50평형 이상 고급 주택 | 주력 평형 | 10∼20평형대 서민용 주택 |
500가구 이하의 중소단지 | 단지규모 | 1000∼3000가구의 대단지 |
유리+알루미늄패널 등 첨단 소재 | 외벽 | 타일 등 물세척 가능한 마감재 |
없음 | 피난층 | 20층 또는 25층마다 설치 |
전망보다는 향(向)을 고려 | 건물배치 | 전망 중심, 향(向)에 대한 배려 적음 |
2.2M | 층고 | 2.6∼2.8M |
건물 내부에 설치 | 배관 등 설비 | 건물 외부에 설치 |
건물의 지하 또는 저층부에 배치 | 부대시설 | 지상 저층부나 별도의 건물에 배치 |
침실 분산 배치, 부부전용공간 | 평면배치 | 침실 집중 배치, 부부전용공간 없음 |
붙박이장, 다용도실 등 다수 배치 | 수납공간 | 거의 없음 |
자료:현대건설, 단국대학교 |
홍콩=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