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美 ‘테러예측 先物시장’ 추진에 野 맹비난…무산될듯

  • 입력 2003년 7월 29일 19시 00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암살에 1만달러를 걸어라.’ 국제분쟁 및 군사문제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은 미 국방부가 10월 개설하는 ‘인터넷 선물(先物)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정책분석시장(PAM)’이란 이름이 붙은 이 시장에서는 여태껏 증권시장에서 ‘호재’나 ‘악재’로 분류됐던 정보 자체가 상품으로 바뀌어 팔린다.

▽PAM 투자법=뉴욕 타임스 및 AP통신이 29일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소개한 선물투자법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암살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 5센트를 주고 ‘아라파트 암살’이라는 선물상품을 산다. 선물이 현물화되면, 즉 실제로 아라파트 수반이 살해되면 1달러를 받기로 약정했다. 보다 많은 투자자가 그의 암살에 무게를 둔다면 가격이 상승한다.

아라파트 수반이 암살되면 이 투자자는 선물계약당 5센트를 들여 95센트를 번다. 1만건의 계약을 사놓았다면 9500달러를 벌게 된다. 물론 암살되지 않으면 500달러를 날린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따른 선물가격 예상치를 나타낸 그래프도 한때 사이트에 올라 있다가 삭제됐다.

이 시장은 국방부의 첨단연구조직(DARPA)과 거래시스템업체인 넷익스체인지, 경제정보기관인 EIU 등이 공동 개발했다.

국방부는 유가(油價)의 흐름, 선거결과 등을 선물시장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정보가 모이는 PAM도 테러나 국제적 대사건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라파트 암살이란 선물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면 실제 암살계획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반격=바이런 도건 상원의원 등 민주당측은 선물시장 계획에 대해 “세금이 도박판을 개설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은 서둘러 투자를 권유했던 인터넷 홈페이지를 삭제했지만 이 계획을 추진해온 존 포인덱스터 전 국가안보 보좌관까지 도마에 오르는 등 파장이 커졌다. 또 테러단체가 이 시장을 역이용할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은 29일 육군참모총장 인준 청문회를 갖던 중 “국방부에 이 계획을 위해 배정된 자금을 지출하지 말도록 권고할 것”이라며 “아울러 앞으로 상하원 예산안 협의시 이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선물시장 개설 프로그램 책임자가 전화통화에서 이런 계획이 중단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워너 의원은 또 팻 로버츠 상원 정보위원장, 테드 스티븐스 상원 세출위원장과도 철회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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