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국 압박 여부
북-미 대표단이 뉴욕 채널이 아닌 공식적인 석상에서 만나는 것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이후 세 번째. 북한은 그동안의 접촉에서 '핵개발 시인→핵보유 선언'으로 대미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해 10월 방북한 미 대표단에게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을 시인했다. 또 4월 베이징 3자회담시 이근(李根) 수석대표는 회담기간에 켈리 차관보에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같은 단계적인 대미 압박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북한이 이번 6자회담중 미국 대표단에게 핵실험 의사를 밝히거나 구체적인 핵개발 내용을 '통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6자회담전 북한과의 양자접촉 가능성을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통역 및 기록요원을 대동한 공식적인 접촉을 피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도 이같은 북한의 공세적 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 변화 여부
회담을 앞두고 나오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발 외신들은 미 정부가 6자회담에서 대북 불가침을 문서로 보장하는 방안을 유보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문서화할 경우 이를 의회에 제출해 결의안 등의 방식으로 추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이보다 더 진전된 형태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관측과도 어긋나는 대목이다.
북한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핵억제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뒤 관영 매체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따라서 북-미 양측이 이처럼 경직된 입장을 회담장까지 끌고 들어간다면 회담이 공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3자회담에서의 전례나 각종 남북회담을 고려해볼때 미국의 태도가 강경할 경우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추후일정 합의 여부
이번 1차회담이 종료되는 순간 2차회담 일정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의 하나.
특히 북-미 양측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회담이 공전할 경우는 2차 회담 일정을 논의하는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중국이 이같은 막다른 골목의 퇴로를 어떻게 제시할지도 주목된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참가국 대표들의 일정 등을 감안해볼때 구체적인 2차회담 개최일정을 잡기 보다는 회담을 계속 이어나간다는데 합의한뒤, 향후 외교채널을 통해 2차회담 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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