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와 교훈은 작지 않다. 동해 명칭 문제가 한일간의 현안으로 등장한 시점은 지난해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의 발간을 앞둔 때였다. 이 책자는 1929년에 초판을 내고 1937년, 1953년 각각 개정판을 낸 이래 줄곧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 문제는 이 책자가 해도(海圖) 제작의 기준이 돼 세계 각국이 이를 근거로 바다 명칭을 정한다는 점이다.
지난 80여년간 발행된 각국의 지도는 이 책자를 따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요인도 있었지만 광복 후에는 정부의 무관심도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IHO에 ‘동해’ 단독 표기가 아닌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倂記)를 요청했다. 동해가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이 인접한 해역이므로 관련국 중 어느 일방의 국호를 따라 바다 명칭을 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취지였다.
IHO 이사회는 한때 이를 수용해 회원국의 투표로 결론을 내는 듯했다. 그러나 일본은 막강한 로비와 외교력으로 일본해 단독 표기로 회귀시키고 말았다.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가 타당한가도 의문이지만,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다. 적어도 18세기 말까지는 ‘동해’ 혹은 ‘조선해’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협상만 의식해서 ‘동해 일본해’ 병기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저자세 외교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다. 협상 전략의 측면에서도 ‘동해’나 ‘한국해’의 단독 표기를 주장하든가, ‘한국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아무튼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동해 명칭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동해 명칭 찾기는 ‘동해(East Sea)냐, 한국해(Sea of Corea)냐’의 문제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해 온 ‘동해’는 방위개념에 의한 명칭일 따름이다. 세계관이 지금과 전혀 달랐던 시기에 안방에 앉아서 동쪽 바다는 동해, 서쪽 바다는 서해로 지칭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동해 명칭을 갖고 세계를 상대로 설득하기에는 논리가 궁색할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Sea of Corea’를 의미하는 고지도를 잔뜩 소개하고서는 이를 동해 표기로 홍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일본의 논리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서양 고지도는 동해를 ‘Mer de Coree’, ‘Gulf of Corea’, ‘Chosun Sea’, ‘Zee van Korea’, ‘Sea of Corea’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동해 명칭은 ‘한국해’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해 명칭과 관련해 정부는 이런 역사성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설득력 있게 홍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창용 인천사회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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