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미국 시간)은 경수로 건설의 핵심부품인 원자로 배수탱크의 선적일. 그동안 국내외에선 "9월1일 선적이 최종 불발되면 사실상 경수로 사업은 물 건너 간 셈이고,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9월 위기설'이 제기돼 왔다.
▽"6자회담 결과에 달렸다" =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전망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6자회담에서 서광이 비친다면 (경수로 사업은) 소생력이 커진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북한도 29일 끝난 베이징 6자회담에서 경수로사업 완성에 대한 기대감의 일단을 드러냈다. 북한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포기 선언 및 핵시설 사찰을 수용할테니, 미국은 불가침 협정 체결 후 경수로를 완공해 달라"는 북한식 로드맵(세부 일정)을 제시했다.
▽"일시중단은 불가피" = 경수로의 앞날과 관련, 그동안 한미일 3국은 미국식 완전 중단(termination), 일본식 잠정 중단(suspension), 한국식 명맥유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해 왔다.
올 봄까지만 해도 낙관적이던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을 앞두고 조금씩 달라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이날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원자로를 지어줄 수 없다고 강경한 상황에서 일본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일시중단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최근 한발 더 나가 "미국은 6자회담의 성공과 무관하게 절대 경수로를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며 말했다. 한국형 경수로는 플루토늄을 '몰래' 재처리하는 것은 어렵지만, 북한이 '드러내 놓고' 재처리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공화당 정부 인사들이 고개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경수로 사업과 관련해 청문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2차 북한핵 위기가 터진 뒤 공사 진척이 미미한 가운데 (인부 인건비, 공사현장 유지관리 비용, 발주해 둔 주요부품의 보관비용 등에 쓰이는 유지비가) 하루 100만달러(약 12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조언 = 정부내 시각이 엇갈리는 것처럼 외부 전문가들도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 박사는 "정부가 북한책임으로 파경에 이른 경수로 사업을 근시안적으로 매달릴 경우 향후 대미 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며 "통일 한국을 위해서도 경수로 발전시설은 필요한 만큼 KEDO 체제를 유지하면서, 잠정 중단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배종렬(裵鍾烈)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압박카드로 사용하는 '경수로 사업의 속도조절론'은 실효성보다는 북한 주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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