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과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일본 재무상은 1일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 중국정부에 위안화의 평가절상 또는 변동환율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반발해 보복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데다 미국은 일본의 엔화약세도 문제 삼을 태세여서 통화가치를 둘러싼 3국간 신경전은 ‘환율전쟁’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안화가 경기침체 주범’…미일 공세=위안화는 달러당 8.28위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운영되고 있다. 1994년 1월 1일 달러당 8.7위안이던 가치를 8.3위안 선으로 올린 뒤 10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미일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은 위안화의 저평가로 값싼 중국제품이 유입되면서 자국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여론이 거세기 때문. 일부 미 기업은 위안화가 30∼40%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노조와 실업자 계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장기 디플레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도 중국산 저가품이 일본의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역설적 현상이 반갑지 않다.
▽‘여차하면 미국 국채 매각’…중국 반발=중국은 미국 국채와 정부기관 채권을 대량 매입하고 있는 미국 채권시장의 ‘큰손’이다.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물량은 5월 현재 1217억달러로 일본(4286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올 상반기에만 43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할 경우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다고 흘리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이 행동에 나서면 미국 장기금리의 급등과 미 정부의 재정 악화를 불러 미 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
더구나 일본의 공세는 역사 문제와 맞물려 반일감정 악화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해관계 얽혀 속내 복잡=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탓에 속내는 단순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일렉트릭(GE) 월마트 등의 미국기업은 중국 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이 일본의 디플레를 해결하기보다는 중국산 원자재 등 수입품 가격을 올려 경제회복 기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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