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100돌 美정치학회 ‘女風’…3연속 여성이 차지

  • 입력 2003년 9월 1일 18시 45분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정치학회(APSA)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APSA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연례 정치학회 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시더 스카치폴 전임 회장(하버드대 교수)에 이어 시카고대 명예교수인 수전 루돌프 회장이 취임함으로써 여성 회장의 맥을 이었다. 게다가 차기 회장에도 여성인 마거릿 레비 워싱턴대 교수가 선출돼 미국 정치학계에 ‘여풍’이 만만찮음을 보여줬다.

올해 7월 임원진을 개선한 세계정치학회(IPSA)도 부회장단 6명 중 절반을 여성이 차지했다.

APSA 회원 1만7000여명 가운데 여성은 약 30%. 그런데도 여성 회장이 3명이나 연속으로 나온 이유에 대해 루돌프 신임회장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 회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연대가 잘 되고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원 정치학과에 입학하는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40%나 되는 것도 여성 파워의 배경. 그만큼 정치학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커졌다. 루돌프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시카고대 정치학과에 여교수는 내가 유일했다”면서 “지금은 26명 중 5, 6명이 여교수이고 하버드대에도 7, 8명의 여교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일컫는 이른바 ‘글라스 실링(유리천장)’에 대해 루돌프 회장은 “5년 전만 해도 중요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시카고대와 프린스턴대 총장이 여성임을 상기시켰다.

아시아 민주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남아시아 전문가인 루돌프 회장은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미관계에 대해 그는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길 바라고 있다”면서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열망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대북 관계 정상화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 앞서가면 미국의 장기 전략은 후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베이징 6자회담에 응한 것은 좋은 징조이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면서 “현재로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련이 붕괴한 뒤 미국은 중국이 가장 중요한 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예상과 달리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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