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여사 단식투쟁 돌입"…美, 불법구금 즉각해제 촉구

  • 입력 2003년 9월 1일 18시 45분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사진)가 군사정권의 불법 구금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31일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정부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미국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은 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얀마 정부에 대해 즉각 수지 여사의 구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필립 리커 국무부 부대변인은 “수지 여사 일행을 일부러 공격한 뒤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구금하고 있는 버마 당국은 전적으로 그의 건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 미얀마 군사정권이 싫어하는 옛 국명 ‘버마’를 사용했다.

국무부의 이번 성명은 미얀마 신임 총리 킨 윤 장군이 공정한 자유선거 실시를 포함한 ‘민주화 로드맵’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의 이번 로드맵이 수지여사를 배제한 데다 시간계획도 없어 실현성이 낮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1일 “미국이 정보 제공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면서 “미얀마 정부는 수지 여사뿐 아니라 5200만 국민 모두의 건강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지 여사는 올 5월 30일 정치집회 참석차 북부지방을 방문하던 중 일행이 군사정부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뒤 연금 상태에 처해 있다.

1988년 민주화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부는 1990년 선거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에 패한 뒤에도 정권을 넘기지 않아 미 행정부가 지난달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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