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미국발(發) 경기 훈풍’에서 자칫 한국이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업의 투자 위축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마저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발 세계경기 훈풍=올해 2·4분기(4∼6월) 미국 경제성장률은 2.4%(전분기 대비).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0.8%포인트나 높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8월 81.3으로 7월보다 4.3포인트 올랐다. 자본재 출하는 7월 2.9% 상승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아시아 각국도 고비를 넘기고 있다.
2·4분기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지거나 성장률이 둔화됐다. 중국은 6.7%, 말레이시아 4.4%, 인도네시아 3.8%, 대만 -0.1%, 일본 0.6%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사인 다우존스는 최근 4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예기치 않은 경기 위축을 겪었지만 6월 이후 사스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3·4분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며 ‘침체 가속’보다는 ‘회복 신호’로 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아직도 터널 통과 중=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경기는 길어야 1분기 이내의 차이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동조화(同調化)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와 비교할 때 2분기 연속 상승한 반면 한국은 2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고 낙폭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 기대지수나 경기 선행지수도 미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잦은 비는 농산물 생산에 예상 이상의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도 당초 올해 6, 7월을 경기 저점(低點)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내년 초로 늦춰 잡았다.
한은 경제예측팀 박정용(朴正龍) 부국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건 맞지만 이번에도 한국 경제가 이에 맞춰 움직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조화가 깨지는 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동반 위축. 7월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0%, 민간소비는 1.8% 줄었다.
경제외적 변수도 문제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이 부분을 많이 지적한다.
이언오(李彦五)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미국 경기와 한국 경기가 따로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노사분규 장기화, 현대 비자금 등 경제외적 요인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기업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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