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숭이공원 보스교체… 총리교체 예고?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10분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야생원숭이 공원의 우두머리 교체 과정이 중앙 정치무대의 변화를 예고한 것 같다는 설이 나돌아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공원의 권력서열 2위와 4위 원숭이가 손을 잡고 제14대 보스를 상대로 7월 하순부터 투쟁을 벌여 8월 말 권력교체에 성공했다.

350마리의 원숭이 무리를 이끌게 된 15대 보스 원숭이는 현재 18세(사람으로 치면 70세에 해당)의 원로. 온화한 성품으로 그간 두루 ‘원심(猿心)’을 얻어왔다고 한다. 반면 14대 보스는 싸움 실력은 뛰어났지만 성질이 급해 반독재 연합전선의 저항을 받아왔다.

원숭이 공원의 보스 교체극은 20일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두를 달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재를 상대로 다른 후보들이 연합해 대항하는 구도와 흡사해 더욱 화제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원숭이 공원에서 보스가 교체될 때마다 공교롭게 중앙 정치판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공원 관계자들의 말로 인해 더욱 관심을 끈다.

초대에서 2대로 보스가 바뀐 1957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장관을 지내 전범으로 처벌받았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총리에 올랐다. 10대 보스 취임 무렵에는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내각이 탄생했고, 13대 보스가 등장한 93년에는 자민당 장기집권이 붕괴되고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이 탄생했다.

이번에 쫓겨난 14대 보스가 권좌에 오른 2000년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급서하고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가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 때문에 공원 관계자들은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와 이어지는 총선에서 커다란 정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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